스릴러 영화 '함정' 준식 役
"과거에는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연기만 하려 했죠"
새롭게 알게된 배우 조한선의 이야기들
배우 조한선(34)은 그간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로 보였다. '늑대의 유혹', '열혈남아', '무적자'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랬던 그가 최근 드라마부터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2013년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찌질남' 캐릭터여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 부부가 SNS를 통해 알게 된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인 '함정'(감독 권형진, 10일 개봉 예정)에서는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선보인다.
조한선은 "결혼 전과 후 시나리오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작품 선택 기준이 임팩트 있고,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영화였어요. 그런데 '무적자'에 참여한 뒤, 공익근무요원(2010~2012)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관객과 시청자 입장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보니 많은 걸 느꼈어요.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너무 옛날 방식이었죠.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다가가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연기가 아니고 대중과 소통하는 패턴을 찾아보자는 마음가짐이 커졌죠."
사실 그는 '함정'을 거절하려고 했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준식의 분량과 역할이 현 버전의 반의반도 안 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본인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감독을 만나 거절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은 조한선을 만나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우고 싶다"고 했고, 그 말에 조한선의 마음이 동했다. 의견 개진을 통해 조금씩 설득력 있는 준식 캐릭터가 탄생했다.
"'왜 준식 부부가 섬까지 가게 됐을까?'라는 의문점에 대해 감독님에게 물어봤어요. 부부 사이의 배려와 소통, 관계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는 답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된 준식의 감정을 보여줄 신이 없더라고요. 감독님에게 부탁해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 있는 준식의 모습이라든지, 베드신을 앞두고 담배를 피우며 생각하는 신을 만들었어요. 준식의 심리적인 부분을 꼭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데뷔 이후 노출 수위가 이렇게 높은 건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 신체 중요 부위를 가리는 '공사'도 처음 해봤다. 두 아이의 아빠(6살 딸과 4살 아들)이니 베드신이 있는 영화의 출연 거절을 한 것이냐고 하니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베드신은 전혀 신경 안 쓰이더라"고 웃는 조한선. 다만 "몸을 좋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 부담감이 컸다. 촬영 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스럽더라"고 되뇌었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 베드신이 말초신경만 자극한다는 평가도 있다. 굳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조한선은 "분명 필요했던 신"이라며 "없었다면 영화의 균형이 안 맞을 것 같다. 긴장감을 전하기에 충분한 신이었다"고 몰입했다.
부상도 많았다. 예산이 많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올무를 펴다가 손가락을 다치기까지 했다. 산에서 구르는 것도 직접 연기해야 했다. "음, 충격이었다고 할까요? 예전부터 알던 무술 감독님이 '잘하잖아. 굴러봐 하시더라'고요. 대역을 쓴 뒤, 넘어진 얼굴을 다시 찍고 왔다 갔다 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했어요. 액션은 웬만한 건 직접 다했죠. 구르는 신에서는 앞에 큰 돌이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바로 앞에서 멈추지 않으면 안 됐어요. 큰일이 날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죠. 그런데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게 그 앞에서 멈춰지긴 하더라고요.(웃음)"
조한선은 "비위도 약하다"고 고백했다. 백숙도 못 먹는단다. "구운 건 먹는데 삶은 걸 못 먹어요. 비린내가 심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비린내 때문에 체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백숙시킬 때 전 냉면 먹는다니까요. 하하."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그인데 몸에 좋은 보양식을 못 먹는다고? "붕어즙, 개소주 같은 것도 전혀 못 먹었다. 초등학교 대 운동을 한 뒤 잠시 그만뒀다가 중학교 때 다시 시작해 대학교 3학년 때 그만뒀다. 그 시기 동안 보약 한 번 안 먹었다"고 했다. 멋지고 남자다운 모습이었는데, '함정' 홍보 때문에 몰랐던 많은 사실이 알려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렇게 됐다. 어쩔 수 없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이번 역은 생각해야 할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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