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기부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나요?”
SBS 정석문 아나운서의 첫 질문은 의외였다. 아나운서로서 삶이나 그동안 걸어온 길에 대해 말하는 여타의 사람들과 달리 그가 인터뷰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기부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굶주린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주는 것이었다. 그에게 듣는 ‘기부’의 의미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것과는 새로운 차원의 것이었다.
◇ 키워드 총평 : 정석문,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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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키워드1. 새로운 세계에 눈뜨다
기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어요. 한비야 씨가 쓴 책을 읽고 기부란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씩 기부하기 시작했죠. 그때 당시 ‘기아체험’이란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담당 PD에게 ‘나도 같이 하고 싶다’고 부탁했던 것이 여기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당시 다른 나라들을 가보니 ‘아, 기부라는 게 정말 필요하게구나, 또 와야겠다’ 싶었죠. 제가 방송국에 들어온 것도 우리 사회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는데, 아프리카에 가보니 ‘사람이 죽는데 뭐가 더 중요한 게 있겠느냐’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스와질랜드 아동과 결연을 맺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그 아이가 벌판에 있는 물 웅덩이에서 물을 퍼먹더라고요. 벌레도 많고 소똥도 있었는데, 먹을 게 없으니 옥수수 가루와 함께 끓여먹는데, 고소한 냄새가 아니라 흙냄새가 올라오더라니까요.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겠어요?
키워드2.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다
그는 비전문가들이 직접 아프리카 등을 방문해 봉사하는 것보다 돈을 기부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아직도 기부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TV에서 아프리카 아동들의 삶을 보면 그저 ‘불쌍하다’는 마음으로 기부하는데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정말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또 봉사를 가는 것도 좋은 취지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저처럼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가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죠. 그래서 가장 좋고 현명한 방법은 그들을 위해 돈을 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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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월드비전 |
키워드3. 연예인 기부, 명과 암
연예인들을 앞세워 기부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고민했다.
“TV 속 연예인 기부 프로그램은 사실 기부 문화의 딜레마다라고 생각해요.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와 기부하면 함께 따라하게 되지만,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느냐가 문제인 거죠. 한 아이와 결연을 맺으면 10년 이후까지도 유지돼야 그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데, 순간적으로 감정에 의해서 기부하다가 뚝 끊기는 일이 잦은 게 아닐까 염려돼요.”
키워드4. 월드비전
정석문 아나운서는 현재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NGO보다 월드비전과 자신의 기부에 대한 뜻이 맞았기 때문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월드비전의 목표는 ‘굿바이월드비전’이예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끝없이 돕겠다는 것보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뜻이예요. 한 지역을 도우려면 10~15년 정도 프로젝트 기간을 잡는데, 지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자료 조사하는 것에만 몇 년이 걸리죠. 이 때문에 시간적 한계가 있어 굉장한 전문성을 요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체계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으니 단편적으로 우물만 짓고 ‘나몰라라’하거나 말라리아 약 하나 보내주면 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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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월드비전 |
키워드5.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
그가 이토록 기부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이 오길 바라기 때문일 것.
“기부의 구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돈을 직접 주거나 도움을 계속 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자립해 스스로 삶을 꾸릴 줄 알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거든요. 제 아이에게도 당연히 가르칠 거예요. 월드비전 내에 많은 강연도 준비돼 있고요.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들을 수 있답니다.”
[정석문은 누구?] 197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 경영전문대학원 마케팅 석사를 밟았다. 2001년 SBS 9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입문해 ‘해결 돈이 보인다’ ‘잘살아보세’ ‘생활 경제’ 등을 진행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