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6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이렇게 가을을 본 게 처음이라 기분이 좋다. 6년 전에 여름에 왔고, 9년 전에는 5월 말에 왔다. 그전에 부산국제영화제도 왔는데 전혀 풍경이 달라 정말 좋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아이’를 통해 한국에 마니아층을 만든 감독이다.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 들렀다가 한국에 왔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한국의 가을 풍경에 대해 만족을 드러내며 “대만에 갔던 것이 매우 오래된 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작품에서 성장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능력이나 힘에 서로 성장하지 않는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고 대조적인 가치관이 공존한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나타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Q. 괴물들이 사는 ‘쥬텐가’라는 이름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A. 시부야라는 이름이 강이 흘러서 계곡이 생긴 지형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철분이 많아서 붉은 갈색인데, 시부야라는 뜻이 (쥬) 하늘 천(텐), 거리 가(가) 하늘 위의 세상, 높은 의미라는 뜻이다.
Q. 극 중 ‘백경’은 어떤 의미로 등장하는 것인가
A. ‘백경’에서 선장이 다리를 잃고 고래를 증오한다. 그 후 고래를 미친 듯이 쫒는데 그 모습에서 고래가 정말 괴물인지, 아니면 고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선장이 괴물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가 괴물인지 얘기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제목이 ‘괴물의 아이’지만 인간이 괴물인지, 괴물이 키운 아이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Q. 쥬텐가에서는 검을 뽑지 않는데 큐타가 인간 세계에서 검을 뽑고 만다. 이제 인간세계로 왔다는 의미인가
A. 검을 뽑는 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말한다. 쥬텐가에서는 상대를 죽게 막기 위해 검을 쓰는 것을 막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가고시마에는 검을 뺄 수 없는 유파가 있다. 물론 마음을 먹으면 쓸 수 있고, 정말로 필요할 때 빼서 쓸 수 있다.
Q. ‘괴물의 아이’에서 만족스러운 싶은 장면은 어디인가
A. 물론 다 마음에 들지만, 굳이 말하면 큐타가 쿠마테츠 동작을 따라하다가 결국 이기는 장면이다. 분명 아이들이 보면 만족할 것이고 나 또한 자부심 느낀다. 보통 아이는 어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이인 큐타는 힘도 없고 작지만 본인의 힘으로 결국 어른을 이기지 않나.
Q. 극 중 수장님은 왜 토끼인가. 더 강한 동물이 있을 수 있는데.
A. ‘썸머워즈’에서도 킹카즈마가 토끼다. 내 머릿속에서 토끼는 강한 존재다. 미국 잡지 플레이보이 캐릭터도 토끼 아닌가. 토끼는 정력이 강한 동물이라고 한다. 혼자 두면 죽는 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약한 애완용일 것이다. 토끼는 혼자 둬도 죽지 않는 강한 존재다.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 |
Q. 하쿠슈보는 삼정법사와 저팔계를 떠올리게 하고 타타라는 손오공을 연상케 하는데
A. 하쿠슈보는 돼지지만 멋진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 보통 돼지를 생각하면 둔하고 멍청한 인물로 그리지 않나. 나는 멋진 남자로 표현하고 싶어, 돼지지만 많이 먹지도 않고 절제하고 승려가 되는 캐릭터로 그렸다. 반면 현실적인 인물이 타타라고, 큐타에게는 엄마의 존재가 된다. 하쿠슈보에게서 삼정법사는 생각하지 않았고, 극 중 삼정법사를 찾는다면 큐타가 아닐까.
Q. 실제 3살 된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가 된 후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뀐 것 같다.
A. 아직도 아버지가 됐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내는 어머니 역할을 바로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의문이다. 아내 육아의 어시스턴트정도랄까. 아버지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인데 아직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연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 본인이 상대적으로 무언가를 비춰볼 수 있을 때 아버지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
Q. ‘어떠한 아버지가 되겠다’라는 이상향도 있는가. ‘괴물의 아이’ 안에도 많은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A.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큐수 타타라 많은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설정을 하게 됐다. 내 아이가 기댈 수 없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강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내 아버지 뿐 아니라 많은 분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에게는 마냥 보호하는 아버지가 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에게 무조건 적으로 강한 아버지가 될 필요가 없다. 세상에는 많은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자발적으로 괜찮은 아버지를 만났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길 기원할 뿐이다. 그런 운이 아이에게 있기를 바란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