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어느 날 지상파 드라마에 중요한 ‘시그널’이 도착했다. 내용은 다양했다. 막장극 제재 필요성부터 무시했던 케이블 드라마 득세로 인한 교훈까지. 안일했던 지상파 드라마 판에 경고를 날리는 메시지가 한꺼번에 터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그동안 지상파로부터 설움 받던 케이블 드라마들의 승승장구다. 단연 선두에 있는 건 tvN이다. 작년부터 ‘미생’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등이 연속 히트하며 ‘드라마 왕국’이란 별칭을 얻었다.
tvN의 행보는 신인 배우의 파격 등용, 장르 경계 없는 소재의 다양성, 막장 전개 없는 웰메이드 제작 등 지상파 드라마의 현재 노선과 반대를 지향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톱배우들의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절감해 제작을 튼튼하게 하는 데에 투자했고, 이는 결과물로 빛을 발했다.
↑ 사진=CJ E&M, MBC |
tvN의 현명한 선택은 톱배우들의 케이블 역귀환으로 이어졌다. 임시완, 강소라, 혜리, 류준열, 변요한 등 신인급 배우들이 케이블 작품 하나로 이름값을 드높이자, 브라운관 컴백을 노리고 있던 톱스타들이 케이블 드라마에 너도나도 손을 뻗쳤다. 김혜수를 비롯해 신하균, 고현정 등 거대 몸집의 배우들이 tvN 행을 택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는 톱배우들을 쓰면서도 대형 히트작 하나 내지 못한 지상파 드라마들에게 큰 자극이었다. 제작의도와 상관없이 ‘기승전-로맨스’란 공식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막장전개도 서슴지 않았던 지상파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케이블 드라마가 깨트린 셈이다.
이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막장드라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불량식품이어도 시청률만 올리면 장땡’이란 지상파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최근엔 법원마저도 막장극에 대한 제재는 당연하다고 판단해 그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막장극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MBC ‘압구정 백야’가 방통위의 징계 조치에 반기를 들며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이 “정당한 제재”라며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던 것. 물론 MBC는 이에 불복, 항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젠 지상파 드라마도 예상치 못한 이런 ‘시그널’에 응답해야만 한다. 시청자가 보기 때문에 막장극을 제작한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눈 높아진 드라마 팬들의 취향을 존중해 디테일한 면까지 신경써야할 것이다. ‘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란 문구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