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난 도대체 스무살 때 무얼 하고 있었을까. 싱어송라이터 다람을 만나고 났을 때 든 생각이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아직도 소녀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다람의 인생은 이력서를 꽉 채울 정도로 알찼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중학생 때 중국 상해로 유학을 떠났던 다람은 벨기에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직행하는 한국과 다른 환경 덕분에 다람은 방과 후에 주어진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글은 가사로 발전하고 독학으로 멜로디까지 붙이게 됐다.
↑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 한국에 있을 때 나댐은 최고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곳에 가니 소극적으로 변하더라. 영어를 잘 못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나마 자신 있었던 예술 쪽으로 열심히 했다. 학교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가사를 무작정 썼고 쓰다 보니까 완성시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피아노만 칠 줄 알아서 멜로디를 붙였다.”
자신이 곡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람은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원래 일기처럼 운영을 하던 공간이었기에 음악도 올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다람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고 음원으로 발매하는 계기가 됐다. 다람은 직접 한국에 있는 미러볼뮤직에 연락을 취해서 ‘웨얼 투 고’(Where to go)를 발표했다.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당시 'K팝스타‘가 시작하고 온라인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공개하는 게 붐일 때였다. 그 때 악동뮤지션도 곡을 올리곤 했었다. 메인에 노출도 되다 보니 음악 하는 분들을 알게 됐고 도움을 받아서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제가 만든 곡을 친구들끼리만 듣는 게 아까워서 작게 유통을 하게 됐다. 저작권 등록하는 것도 몰랐는데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음악만 잘하는 게 아니다. 다람이 벨기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미술이었다. 미술로 런던대에 합격도 했지만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입시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런던대에 갈까말까 고민은 했는데 지금 런던에 가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포기를 하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집에선 공부를 다시 하는 게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을 했는데 앞뒤 생각 안하고 들어왔다. 가족이랑 함께 외국 생각을 한 거라서 저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주변에 한국인도 없고 그 나라의 특성 자체가 절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 때까지 제가 힘든지 몰랐는데 여기가 안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더 이상 나를 혹사시키고 싶지 않았다. 살면서 처음 혼자서 결정한 일이다. 외로웠다고 하지만 환경을 바꾸면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싱글 ‘그래요’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사이 대학교에 진학해서 바쁘게 학교생활을 이어갔고 1년4개월 만에 이번 싱글 ‘윈터 네버 엔드’(Winter never ends)를 내놓았다.
“외국 생활에 지쳐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환경도 바뀌고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까 음악이 벨기에에서 했던 느낌과 다르게 나오더라. 혼자 있어서, 외로움에 사무쳐서 시작한 게 그림, 음악, 사진이었는데 한국에선 그럴 틈이 없었다. 외로운 감정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걸 되돌릴 수 없으니 적응하면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음악적으로 고민이 커졌다.”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이번 싱글은 곰PD로 유명한 이충언PD가 편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겨울의 감성을 노래한 ‘윈터 네버 엔드’와 스무살의 고민과 혼란을 담아낸 ‘위드아웃’(Without)까지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다람의 고민이 엿보인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색은 비슷했는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들까 고민을 했다. 이전 곡들과 같은 색을 가져가면서도 성숙해지고 싶었고 편안하게만 쓴 게 아니라 음악적 고민을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운드도 영화 한 편처럼 기승전결 있게 만들려고 했고 조금 깊이가 있어 보이게 하려고 했다.”
혼자서 작업을 하던 게 익숙했던 다람은 이번에 다른 사람에게 편곡을 맡겼고 홈레코딩이 아닌 녹음 부스 안에서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껏 해오지 않았던 어두운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전 앨범까지 스스로 만족이 안 됐다면 이번 앨범은 본인이 원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처음에 썼을 때랑 편곡을 하면서 곡이 확 달라졌다. 어쿠스틱하고 담담하고 잔잔한 분위기였다면 점점 사운드가 퍼져 나오더라. 제가 못 만들었던 그림을 잘 만들어주셨다. 제 곡인데 이렇게 마음에 들어도 되나 싶었다.”
10대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로 본인의 이름을 알렸다면 다람은 이젠 나이를 떼어내고 평가를 받길 바랐다. 10대라는 수식어가 스스로의 한계를 만들었다는 것. 음악을 지금 생활의 1순위로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가 엿보였다.
“10대라는 수식어가 제 스스로, 마음을 편하게 먹게 만들고 한계를 스스로 만들었다. 이젠 그 수식어를 달 수도 없으니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좋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어떤 수식어 없이 싱어송라이터로, 누가 들어도 듣기 좋고 모난 곳 없는 음악을 한다고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