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버지와 단 둘이 떠난 여행, 숨 막히도록 어색하고 또 어색하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에도 특별한 말이 없으며, 숙소에 도착해서는 괜히 건물 벽이나 살피고 다닌다. 살가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부자(父子)들이지만, 이 여행 이상하게도 계속 눈길이 간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은 tvN 예능프로그램 ‘아버지와 나’가 2일 베일을 벗었다. 남희석, 추성훈, 김정훈, 로이킴, 에릭남, 윤박, 바비 등 일곱 부자 중 제일 먼저 공개된 부자들의 여행은 추성훈과 김정훈, 에릭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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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과 김정훈, 그리고 에릭남의 여행은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흥부자’로 불리는 에릭남과 그의 아버지의 경우 연신 유쾌했다면, 에릭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추성훈과 김정훈의 경우는 ‘남자들의 무뚝뚝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럼에도 이들의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아버지를 위해 최선의 여행코스를 짜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믿고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제일먼저 공개된 추성훈과 그의 아버지 추계이는 전형적인 남자들이었다. 통화는 용건이 있어야만 하고, 그마저도 손녀 추사랑이 없으면 연락할 일이 딱히 없는 추성훈 부자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추사랑이 있으면 웃음이 넘치는 부자지만, 정작 단 둘이 있으면 어색함에 서로의 거리는 그리 가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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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개된 무뚝뚝함의 대명사 ‘경상도 남자’ 김정훈 부자의 여행기가 펼쳐졌다. 김정훈은 몇 년 만에 연락할 정도로 아버지 앞에서 살가운 아들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아버지와 나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게 닮았다”고 말한 김정훈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서먹서먹해져서 좋았던 기억은 유년기가 마지막”이라며 이번 여행에 대해 특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잔소리가 많을 것이라는 김정훈의 걱정과는 달리 그의 아버지는 모든 일에 밝게 웃고 긍정적인, 그리고 자나깨나 아들걱정 뿐이었다. 처음 “우리 아들 하는 일에 내가 방해가 되거나 민폐가 될까 출연을 망설였다”고 말한 김정훈의 아버지는 묵묵히 그를 기다려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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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아버지는 그런 그를 타박하기 보다는 유유자적하게 기다려주었고, 숙소 안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빙빙 돌았음에도 모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서 당연한 것이고, 길을 헤맨 것은 그저 한 바퀴 구경했던 것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김정훈을 보듬어 주었다. 심지어 아버지의 허기짐을 눈치 채지 못한 김정훈이었지만, 그마저도 아버지 눈에는 ‘꽤 잘함’으로 비춰졌음을 고백하며, 묵묵함 속에 감춰진 부정을 알렸다.
마지막 에릭남 부자는 처음 만남부터 유쾌했다. “아버지가 방송 욕심이 있으시고, 말이 많으시다”는 에릭남의 증언처럼 에릭남의 아버지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유쾌하고 웃음이 가득했다. 에릭남 역시 다른 아들들과 달리 애교 많은 살가운 아들이었고, 이들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이라기보다는 절친한 친구의 모습과 가까워보였다. 에릭남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코골고 자는 모습을 찍어 제작진에게 공개할 정도로 장난기가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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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는 많아도 아들을 위하는 부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바쁜 스케줄로 피곤한 아들을 위해 숙소의 모든 불을 끄기도 하고, 밤새 여행지에 대해 공부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몰래 도와주기도 했다. 에릭남은 그런 아버지의 보호 아닌 보호 속에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갔고, 덕분에 이들 여행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빵 터지는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특히 김정훈 부자의 뉴질랜드 여행에서 종종 나타나는 ‘정적’은 우리네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다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어색함의 끝’을 달렸다. 그럼에도 묘한 감동이 있는 것은 그 속에서도 끊을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나’의 박희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지켜보니 어색하면서도 닮은점, 공통점이 많더라. 특히 공통점으로 아들이 여행기를 짤 때 아버지들이 모두 격려하시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아들대로, 아버지들은 아버지대로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아버지와 나’는 특별함보다는 여행지라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소소한 공감을 높이면서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여행기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