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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으로 또 한 번 이 시대 청춘을, 사람을 응원하는 이준익 감독. 제공 I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흔히 ‘꼰대’라는 말로 청춘과 구분을 짓곤 하는데 사실 나조차 꼰대예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꼰대 속에 청춘이 있고, 청춘 속에 꼰대가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요? 지나치게 세대차로 사회적 통념을 갖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작 영화 ‘변산’으로 돌아온 이준익(59) 감독은 이같이 말하며 ‘힙합’을 소재로 한, 과감한 도전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타고난 천재 이야기꾼과의 대화란 역시나 빠져든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이든 간에.
“고백하건대 오버한 것 같긴 하다. 나는 록에 익숙한 세대인데 갑자기 60이 다 돼서 힙합을 한다고 했으니, 오버하는 아재”라며 ‘셀프 디스’를 하더니 “다행히 영화는 감독 혼자 만드는 작품이 아니다. 스태프, 배우 등 20대부터 내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있다. 그런 의미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 젊음에 기댄 것일 수도 있어요. 때로는 어른이 어린이에게 배우는 게 많듯이 청춘들에게 내가 잘 모르는 힙합 랩을 물어보고 싶었어요. 또 이런 아재들이 물어보면 청춘들도 잘 설명해주고요. (웃음)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취했고 심부름꾼이라고 여겼어요. 연기는 배우가 하고 촬영은 촬영감독이 하고, 감독은 그들의 합을 온전하게 담기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주인공 학수(박정민 분)의 이야기다.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그의 유쾌한 드라마를 통해 이준익 감독은 이 시대의 청춘을, 아니 냉혹한 사회에서 지쳐버린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일찌감치 마음을 닫고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오로지 래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버텨온 학수. 짝사랑 선미(김고은 분)가 전한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고향에 가게 되고, 도착과 동시에 위기의 연속이다. 빡세지만 스웩 넘치고 부끄럽지만 빛났던 청춘, 그가 원하지 않아도 각종 사건들과 인물들로 인해 흑역사는 떠오르고 온갖 웃픈 상황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정면 돌파를 하는 수밖에.
↑ 이준익 감독과 그의 영화에서는 사람에 대한 남다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제공 I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그러면서 “엊그제 피아니스트(‘그것만이 내 세상’)였던 친구가 오늘은 래퍼(‘변산’)라니. 더 많은 자질과 잠재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박정민이 보여준 학수라는 생활연기는 정말 최고였다”며 변함없는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정민은 인간으로서도 예의가 바른 매력이 있는데 그 속에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대일의 시선이 있어요. 사실 어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 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나를 대해주는 게 더 예의 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정민과 나는 감독과 배우, 선후배, 어른과 젊은 사람을 떠나 ‘친구’예요.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죠. 끝없는 매력의 소유자,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웃음)”
속속들이 아는 박정민과 달리 김고은은 이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꼼수 가득한 전화로 무명 래퍼 학수를 고향 변산에 소환하는 선미는 어린 시절 학수를 짝사랑했던 인물로, 전화 한 통으로 ’빡센 청춘’ 학수를 영원히 피하고 싶었던 흑역사와 마주하게 만드는 문제의 캐릭터다.
김고은은 평범한듯 비범한 선미를 위해 스스로 체중 8kg를 증량하는 등, 완벽한 준비로 이 감독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이준익 감독은 “만족 그 이상이다.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을 너무나 끝내주게 잘해 줬다. 내가 만족하는 것을 넘어 김고은 본인이 만족하길 바란다”며 역시나 따뜻한 애정을 드러냈다.
“솔직히 나는 ‘여성성’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 남자들이 다 찌질한 건 사실이다. 그건 확실하다”며 재치있게 운을 뗀 그는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의 한 요소 중에는 세상을 보거나 남성들을 보는 눈이 남성보다 훨씬 더 성숙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하는 본성이 있다. 그것은 식물도 마찬가지고 동물도 마찬가지다. 선미의 성숙함 덕분에 학수는 아버지와도, 세상과도 화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위대한 ’선미성’”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포함해 우리 시대에 청춘을 살아 지금의 아버지가 됐거나 그 언저리 세대들은 몰려다니는 패거리 문화로 사회성을 키웠어요. 찌질함의 극단을 달려 지금의 아재가 된 것이라면 여성성은 제가 함부로 말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모독일 수 있죠. 가깝게는 내 어머니가 여성이고 모든 여성에게 모성애는 수많은 여성성이 갖고 있는 위대한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여성은 세상을 보거나 남성을 보는 눈에 있어 그들보다 성숙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하는 본성이 있죠. 그런 시선으로 선미가 포함돼 있어요.”
‘변산’ 곳곳에는 이처럼 “이 시대의 청춘들이 피하지 않고, 많이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준익 감독의 애정과 진심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 어떤 작품보다 그의 따뜻한 인간미와 잔망스러운 아재미, 나이로 가늠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감독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영화이지만 최근 내가 했던 작품 중 가장 나답고, 그간의 갈증을 신나게 풀어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찍은 작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말하는 내 안의 어떤 특유의 에너지는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 같다. 모든 것에는 ‘사람이 먼저’라고 말씀하셨던, 그 따뜻한 정서 덕분에 이렇게 웃으며 살고자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변산’에 마구 쏟아냈다”고 했다.
영화 ’왕의 남자’(2005), ’라디오 스타’(2006), ’소원’(2013), ’사도’(2015) 등을 통해 자신 만의 위로와 응원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준익 감독. ’변산’은 꽃 피우지 못한 청춘 ’동주’(2016), 불꽃과 같은 청춘 ’박열’(2017)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피날레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세대를 아우르는, 모든 이의 삶을 응원하는 유쾌한 휴먼극이다. 해외 대작들이 뒤덮은 요즘 극장가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맛깔스럽고도 따뜻한 힐링 영화 ‘변산’은 이준익 감독 그 자체다.
끝으로 ‘청춘 이준익’에게 하고 싶은
“‘고생했네’ 이 말 밖에 더 있겠어요? 지나가지 않았다면 ‘청춘’이 아닌 것을, 모든 아재들이, 여러분의 부모님도 예전에 고생했던 ‘청춘’이 있었어요. 우리 모두 참 수고했죠, 정말! (웃음) 그러니 지금의 청춘들, 수고하세요! 두려워 말고, 피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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