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함무라비’에서 원리원칙주의 엘리트 판사 ‘임바른’을 연기한 김명수. 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
배우 김명수(26, 인피니트 엘)는 파이팅이 넘쳤다. “뭐든 물어보세요” 하는 표정이었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카페 안은 우렁찬 바리톤이 울려 퍼졌다. 그의 얼굴엔 차기작에 대한 설렘으로 출렁였다. 달콤한 휴식도 잠깐, 또 달릴 준비가 된 듯 해보였다.
실제로 “지난 9년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난 플랜맨~”이라며 웃는다. 몸은 쉬어도 머릿 속은 항상 “다음엔 뭘 하지?”였다.
올해는 그래서 스스로 제동을 걸고 있단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힐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 종영 후 곧바로 단독 팬미팅으로 직행했고, 솔로앨범도 준비 중이다. 왜 이렇게 달릴까. 이유를 물어보니 “배우 김명수의 목표는 인피니트 엘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 그런 건 없어요.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건 연기로 보여주면 되고, 연기로 못 보여주는 건 무대에서 하면 되니까요. 한마디로 다 잘하고 싶단 얘기인 거죠. 저는 한가지만 잘 하자 보다 다작을 하고 싶은 스타일입니다. 하하.”
↑ 김명수는 “배우 김명수의 목표는 인피니트의 엘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
“초반엔 대본 그대로 토시 하나 안 틀리고 했는데, 성동일 류덕환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흡수하고 배우려 노력했죠. 나중엔 저도 모르게 비슷하게 따라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 다른 것 신경 안쓰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막내라서 ‘분위기 메이커’ 해야지 했는데, (류)덕환이 형이나 (고)아라 누나가 더 밝아서 작품에 대한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죠. 드라마를 시작했던 반년 전과 지금은 또 달라졌어요. 임바른이 정반대인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만나서 달라진 것처럼요.”
‘미스 함무라비’는 동명 원작 소설을 쓴 문유석 부장판사가 직접 드라마 대본 집필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나 있는 우리들의 영웅 이야기”였다. 매회 등장한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는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몰고왔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법정물, 호소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울림은 강했고 여운은 깊었다. 돌이켜 보면, 김명수에게도 이것은 매력적인 출연 동기가 됐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작가님을 직접 찾아갔죠. 제가 분석한 캐릭터 내용을 쭈욱 말씀드렸더니 두 분 모두 ‘현실에 존재하는 임바른 같다’고 해주셨어요. 여느 법정 드라마보다 사실적인 요소들이 많았죠.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민사 소송들이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공감이 됐어요. 사회생활 하면서 현실에 순응하며 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금 깨우치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법정 드라마에 판사 역, 사전공부는 필수였다. 그 어렵다는 법 관련 대사들은 달달 외워야만 했다. 법원을 찾아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화법과 분위기를 익혔다.
“작가님이 워낙 소통하는 걸 좋아하셔서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모르는 단어나 법적 용어들은 연습도 많이 하고 여쭤봤고요. 촬영 세트장도 실제 봤던 거와 거의 똑같이 지어놨더라고요. 작가님이 “내 사무실이랑 똑같네” 할 정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이질감 없이 연기에 몰입하기 수월했어요.”
전작에 비하면 2배 넘는 시청률, 비판보다 호평이 많았다. 칭찬에 취할 만도 한데,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점수가 박하다.
“‘임바른=김명수’란 댓글은 정말 뿌듯했죠.(웃음) 근데 제 눈엔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보였어요. 딕션이나 감정조절의 아쉬움도 남았어요. 다음 작품에 더 잘 하라는 의미로 50점만 주고 싶습니다.”
↑ 김명수는 “악플은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날 성장시킨 원동력”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제공|울림 엔터테인먼트 |
그러나 배우로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닥치고 꽃미남밴드’부터 ‘군주-가면의 주인’를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더구나 음악 무대를 오가면서 작품에 몰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작품들은 가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하다보니 아쉬움이 컸어요.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못 보여드리니까 아이돌이란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는 거구나 싶었고요. 이번 드라마는 그런 면에서 리스크가 적었죠. 앨범 활동이 끝나자마자 바로 작품에 들어갔는데 여파가 있긴 했지만 그나마 괜찮았어요.”
가수 엘과 배우 김명수로 동거한다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늘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슬럼프가 온다고 느낄 때쯤 자
“악플은 당연히 상처가 되긴 하죠. 하지만 제대로 짚어주면 저를 성장시키기도 해요. 제 팬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하세요. ‘얘는 키우는 맛이 있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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