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치권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협박 폭로 건으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안철수 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금태섭 / 변호사(9월6일)
- "저는 9월 4일 월요일 아침 7시 57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7분간 통화를 하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습니다.
폭로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하여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
둘째, 안철수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
정씨는 구체적 근거는 말하지 않은 채, “그걸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그걸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면서 안철수 원장에게 그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는 않은지 강한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의 근원지와 조직적 유포에 대한 제보가 속속 이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태섭 변호사의 말에서 몇 가지 쟁점만 추려보겠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여자와 뇌물관계를 폭로하겠다'
'(정준길 씨 말)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일부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거대 권력이 현 상황을 지휘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폭로하겠다', '안 원장이 죽는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이라면, 안철수 원장 쪽에서는 '협박'으로 들을 만하지 않을까요?
또 정준길 위원이 말한 '우리가'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정준길 개인이 아니라 새누리당에서 조직적으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뜻일까요?
'언론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거대권력'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거대권력이 현 정권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송호창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민주통합당 의원
- "안철수 원장에 대한 죽이겠다는 협박의 근거는 (정보) 기관의 사찰이 아니면 확인될 수 없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얼마 전 경찰이 과거 안철수 원장을 내사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터라 이런 주장은 안철수 원장 지지자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통합당은 한발 더 나아가 진상조사단까지 꾸리기로 했습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해찬 / 민주통합당 대표
- "안철수 교수에 대한 이번 사안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불법 사찰로 판단됩니다. 이에 대한 당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자 합니다. 위원장은 차후에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해찬 대표의 말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가 손을 잡고 안철수 원장의 뒤를 캐고, 이것을 은근히 언론에 흘렸다는 뜻일까요?
정준길 위원과 새누리당은 펄쩍 뛰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정준길 /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
- "제가 기억하기로는 지난 화요일 오전 7시 반에서 8시경쯤 차를 타고 출근을 하던 중 갑자기 태섭가 생각이 나서 태섭이에게 전화를 제가 했습니다.
전화를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당시 정식임명장을 받진 않았지만, 공보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고, 공보위원 역할 가운데서는 유력 대선후보로 예정돼 있는 안철수 교수에 대한 검증 관련 업무도 공보위원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제가 기자분들과 여러분에게 들은 시중에서 들은 몇가지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그런 친구사이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일개 공보위원에 불과한 제가 안철수 교수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불출마를 협박할 입장이나 지위에 있지도 않고 또 그런 이야기를 전달할 입장에도 전혀 있지 않습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오늘 이 자리에서 그와 같은 방식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사실을 과장하고 또 있지 않은 부분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안철수 교수님이 바라고 원하시는 그러한 정치인지에 대해서 되묻고 싶습니다.
태섭이가 절 걱정하는 부분은 하나 있어요. 제가 2002년 특수 3부에서 패스21 사건 조사 과정에서 한국산업은행 과정에서 조사한 사실상 실무검사였다. 그래서 여러분 잘 아는 여러 의혹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 등 여러 수사연장 선상에서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아마 금태섭 변호사는 생각할 겁니다."
정준길 위원은 사적인 친구 간 대화였고, 협박이 아니라 걱정하는 마음에서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이것을 금태섭 변호사가 악의적으로 과대포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겁니다.
일개 공보위원이 협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과거 검사 시절 안철수 원장의 산업은행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터라 안 원장 쪽에서 선제로 역공을 편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말도 있습니다.
'공보위원 역할 가운데 검증 관련 업무도 있다'는 겁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이 자신의 역할이었다는 걸까요?
새누리당은 정준길 위원의 행동이 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사적인 대화를 안 원장 쪽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
- "뭐 어제 뉴스를 보니까, 뭐 서로 오랜 친구라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그러는데 그런 걸 이렇게까지 확대하여 해석하는 건 저는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왜 그랬다고 보세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무답)
새누리당은 국가기관이나 이명박 정부가 조직적으로 안철수 원장을 사찰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는 반응입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오늘 MBN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새누리당 최고위원
- "솔직히 요즘엔 그런 거 없습니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시절이 어떤 시절이고 지금 투명함이나 정권들이 교체 돼가면서 자체 내 많은 사람이 있고 또 많은 언론인 국민 의식 수준이 있는데 그런 공작으로 하는 그런 정치 수준은 제가 쭉 정치권에 줄곧 있었지만, 이제는 넘어섰습니다. 국민이 그렇게 한다고 먹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풍토나 여건도 아니고 그만큼 대한민국도 건강해져 있고 정치가 성장해 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한 현상은 하나인데, 해석은 정반대인 양측의 주장.
국민은 어느 쪽 말을 더 믿을까요?
그런데 어느 쪽 말이 더 신빙성 있느냐를 떠나 궁금함이 드는 대목이 많습니다.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화요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왜 이틀이나 지나 기자회견을 자청해 폭로했을까요?
하필이면 민주통합당 경선이 최대 분수령을 맞는 광주 전남 경선 날 말입니다.
만일에 있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 원장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었을까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로 민주통합당 경선은 오늘 아침 언론보도에서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또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는 단순히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대응이었을까요?
아니면 안 원장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가운데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한꺼번에 덮을 수 있는, 치밀하게 기획된 사전 정지작업이었을까요?
정준길 위원의 행동에도 궁금함이 듭니다.
2년 동안 연락도 잘 하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왜 생각이 나 전화를 했을까요?
그것도 저녁 술자리가 아니라, 아침 출근길에 말입니다.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공보 경험이 없는 정 위원은 또 왜 공보위원에 임명됐을까요?
과거 안철수 원장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이는 산업은행 수사를 맡았던 것이 공보위원 발탁의 배경일까요?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안철수 원장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정 위원을 공보위원에 임명했다는 걸까요?
궁금함은 많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추측만 난무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정책과 공약 검증이 아니라 '카더라'라는 추측과 근거 없는 '각종 설'에 끌려다니지는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hokim@mbn.co.kr]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