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지난 주말 전당대회에서 62%가량의 득표율로 경쟁자인 이용섭 후보를 예상 밖의 큰 표 차이로 이겼습니다.
애초 주류 대 비주류, 친노와 비노의 대결로 불렸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비주류, 비노가 크게 이긴 셈입니다.
김한길 대표의 취임 일성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 우리들 가슴에 달린 친노니 비노, 주류니 비주류라고 쓰인 명찰들 다 떼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오직 민주당이라고 쓰인 명찰을 다 같이 달고, 하나로 힘 모아 혁신에 매진하겠습니다.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계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김한길 대표의 공언은 켜질 수 있을까요?
아마 김 대표의 약속이 지켜지려면, 이른바 주류로 불렸던 친노 세력이 동조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과연 친노 세력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민주당 사람 누구에도 물어봐도 속시원히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누군지 말하기를 꺼립니다.
전당대회 하루 전 MBN 시사마이크에 나왔던 김한길 당시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5월3일)
- "(앵커)그분들은 누구입니까? 물러나야 할 분들은 누구입니까?
=이제까지 당을 주도적으로 이끈 분들이겠죠.
(앵커) 당 대표를 했던 분들, 뒤에서 했던 분들, 이른바 친노라고 우리가 편하게 불러도 되는 겁니까?
=저는 그런 말을 쓰지 않습니다.
(앵커)그럼 누군가요? 안갯속에 가려진 분들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죠. 당을 주도적으로 끌어온 분들이 분명히 있지 않습니까. 대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분들. 그런 분들과는 이제 다른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 당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더 확실한 변화를 실천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민주당을 걱정하는 많은 분이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민주당을 이끌어 오셨던 분들이라고 하면 이해찬 전 대표도 있을 것이고….
=자꾸 사람 이름 거론하지 마십시오. 특정인을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닙니다.
(앵커)그렇다면 어떤 특정 세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요. 무슨 답을 듣고 싶으신 거죠?"
그들이 누구인지는 김 대표도 특정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김 대표는 이들조차도 포용하고 더불어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그들을 '탈레반'이라 부릅니다.
이슬람 과격 근본주의자들을 빗대, 민주당을 망친 근본주의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한길 대표 취임을 축하한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5월6일)
- "김한길 당 대표가 원칙 없는 포퓰리즘을 배척하고, 사실상 탈레반을 배척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민주당이 과거에 매달리고, 과거 사고방식에서 매달리는 과격주의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믿을 수 있는 정당이 되길 바랍니다."
민주당이 당명에서 '통합'을 빼고, '중도' 노선을 표방하고, 한미 FTA 전면 재검토를 삭제하고, 북한인권에 관심을 두겠다고 한 것을 두고 한 말일까요?
과거 민주당이 대선을 포함해 선거에서 연패하는 것은 바로 '탈레반'이라 불리는 친노 세력 때문이었다는 뜻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친노라 부르는 누군가 나와서 속시원히 말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도 찾기 어렵습니다.
'친노'라 불리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힘없이 권력을 비주류에게 내줬던 것일까요?
한때 비주류였던 김한길 대표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니 다들 흩어져버린 건가요?
이제 민주당은 비주류라 불리었던 사람들이 주류로 등장했습니다.
최고위원 역시 수도권과 중도 노선을 표방했던 신경민, 조경태, 양승조, 우원식 의원으로 꾸려졌습니다.
친노 세력이 흩어져 버렸으니, 이제 주류가 된 '비주류'들을 누가 견제할까요?
이들의 견제 세력은 아마 당내에서보다는 당 밖에서 찾아야 할 듯싶습니다.
바로 안철수 의원입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우리당이 혁신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경쟁할 것이고요. 새 정치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동조하는 동지적 관계다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과 동지 가운데 어디에 방점이 찍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철수 의원을 보는 민주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말인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민주당을 집어삼킬 것 같은 새누리당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안철수 의원입니다.
그러나 정권을 되찾아오려면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 안철수 의원은 순순히 김한길 호에 올라타고 싶어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김한길 대표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뼈 있는 충고도 같이했습니다.
'민생문제 해결과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 잊지 말아주십시오. 정치가 바뀌어야 민생이 바뀝니다'
재보궐선거로 갓 정계에 입문한 초선 의원이 제1야당 지도부에 대해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수 가르쳐준 것일까요?
안철수 의원의 오만방자함일까요? 아니면 민주당에 대한 자신감일까요?
야권 질서 개편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인 것 같습니다.
김한길 체제는 과연 민주당을 제1야당의 모습으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 또 지금은 몸을 낮추지만, 다시 전면에 나설 날을 기다리는 친노 세력들, 그리고 새로운 야권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안철수 의원까지 그 얽히고설킨 운명의 서막이 지금 올랐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