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능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미 양국은 1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데이비드 헬비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제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이 15일 전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각각 대응해온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와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를 통합해 만든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를 공식으로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함에 따라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로 이원화돼 있던 대응 체계를 일원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중거리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KN-08도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겨냥한 실전 배치가 가능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에 따라 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이를 운반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억제·대응하기로 하고, 억제개념과 군사능력, 행동방안을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또 방어(Defend)·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를 지칭하는 ‘4D’ 작전개념을 작전계획 수준으로까지 구체화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미 탐지된 북한의 이동발사대(TEL)와 미사일을 재래식 정밀무기를 이용해 파괴하는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새로 출범되는 억제전략위원회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 체인’(북한의 미사일 탐지에서 요격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을 촉진하고 양국의 정보공유와 상호운용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한국 대표단을 이끈 류 정책실장은 “한·미 양국의 미사일 방어 협력은 서로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실전 배치하되, 정보공유와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데 있다”며 “미국 측도 KAMD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내부적으로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으며 우리 측에 협의하자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며 “다만 미국이 추후 요청하더라도 이는 우리가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기존의 ‘전략동맹 2015’를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문서를 마련해 올가을 제4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정식으로 서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
양국은 한국에서 복무한 미군 예비역 장병들을 대상으로 가칭 ‘주한미군 예비역 장병 협회’(KODVA)를 창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16일 오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전직 주한미군사령관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설 준비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서 근무경험이 있는 미군은 약 3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는 16일부터 이틀간 한·미·일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여한 가운데 워싱턴DC에서 열리는 ‘3자 안보토의’(DTT)에서 미·일 양국으로부터 방위지침 개정 협상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방위지침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미·일 동맹의 틀을 유지하며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입장은 이미 미·일 양국에 전달돼 있지만, 방위지침에 그대로 명문화될지, 아니면 보도문 형태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