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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주춤할 것 같았던 메르스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덩달아 식당 주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습니다.
메르스 확진자는 15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6명에 달합니다.
격리자도 5천 명을 넘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24일까지 부분 폐쇄에 들어갔지만, 제2, 제3의 슈퍼 전파자가 또 다시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부산에서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고, 이 환자가 거쳐간 병원들과 사람들을 중심으로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더 걱정스럽니다.
지금까지 확진자 가운데 병원 종사자는 무려 17%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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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전문가들 말과 달리 50대 미만 확진자의 비율은 무려 38%에 달합니다.
30대인 평택의 경찰관과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위중한 상태여서 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치사율도 10.7%로 10%를 넘었습니다.
메르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헌혈을 기피하는 곳이 많아 무려 230곳에서 헌혈 취소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메르스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봐서도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쑥대밭이 된 가족도 있습니다.
지난 달 폐암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던 남편을 병문안 간 A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남편도 결국 메르스로 사망했고, 문병과 장례식에 참석했던 A씨의 남동생도 확진 판정 후 숨졌습니다.
큰 아들과 여동생 부부까지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메르스로 인해 이산가족이 된겁니다.
누가 이 가족에게 이런 고통을 줬을까요?
모두가 힘겨운 시기입니다.
의료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의 글은 그래서 더 짠합니다.
"제 옆에 있던 환자도, 돌보는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나중에야 그 환자와 저를 갈라놓은 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녀는 사망 후에도 한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러야만 했습니다.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라보며 저는 한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의료인이면서도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김현아 간호사>
메르스로 인해 환자가 숨을 거두자 그 죄책감을 떠안은 겁니다.
엄밀히 말해 김 간호사가 죄송할 이유는 없습니다.
본인 역시 메르스 확진자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격리상태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입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게 지금 의료진의 현실입니다.
의료진에 인해 감염자가 늘었다고 해서 이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 역시 격리자들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에게는 서운한 사람들의 말이 비수처럼 꽂히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 환자의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호트 격리 때문에 잠복기가 끝나는 2주 동안에는 전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나왔으니 중환자실을, 더 나아가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통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습니다. 온몸의 힘이 빠지며 무릎이 툭 꺾였습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 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세요"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있는 건물과 공간을 통째로 통제하는 겁니다.
나갈 수도 없고, 들어올 수도 없는 감옥같은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 안에 있는 간호사, 의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 가족들의 분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료진에게 그 화풀이를 할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메르스 확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이지만, 누구 누구를 향해 비난을 할 때는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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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공방도 눈살을 찌푸르게 합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2,944명 전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 인터뷰 :박인숙 / 새누리당 의원
- "정치놀음도 분수가 있지 사람 죽이는 일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 정말 이러면 안됩니다."
의료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박 시장이 35번 의사 환자가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해 1500명 이상과 접촉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그 행보를 순수하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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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해도, 지금 그 행보를 비판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검찰이 박원순 시장을 허위사실 유포로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의 적반하장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가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밥집을 간 것을 놓고 야당이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면 그 역시 동조받기 어렵습니다.
대다수 의견은 그 행보를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메르스 확산의 여파를 줄이기 위한 능동적 조치로 해석합니다.
지금은 누구의 탓으로 돌릴 때가 아니라 빨리 메르스
그 이후 책임을 따지고, 비난을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메르스와 전쟁을 치르는 전시 상태입니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때가 아닙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