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은 올해 재정자립도(자체 수입/필요 예산)가 8.8%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다보니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국고보조금으로 재정을 꾸린다. 보조금을 받았다고 자체 사업을 벌이기도 어렵다. 보조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돈도 같이 보태야 하는 ‘매칭사업’으로 지원액 절반 가량을 군 재정에서 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덕군은 현안인 노후 상수관 교체 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정부가 싱크홀 원인인 노후 상수관 교체에 국비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금고에 돈이 없어 아예 사업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전국 기초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좋은(59.9%) 서울 강남구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는 1995년 자립도가 98.1%에 달했지만 각종 복지비 부담 등에 20년새 무려 38.2%포인트나 줄었다.
올해에는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복지사업 예산이 17% 늘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복지비 부담으로 인해 노후 근린공원 재조성, 경로당 재건축 등 지역 주민 개선 요청이 컸던 사업에 올해는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일로 민선 지방자치 출범 20년을 맞았다. 1995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거로 선출했고, 7월 1일 첫 지방자치정부가 꾸려졌다. 이후 비대해진 중앙정부 권한을 덜어내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의미있는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현행 자치제는 ‘반쪽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정책 자치가 무르익는 동안 재정 자치는 후퇴했다. 각종 사회복지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무분별한 전시성 사업이 줄을 이으며 재정 독립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매일경제가 20년간 중앙에서 지방정부로 흘러가는 재정을 분석한 결과 올해 지자체의 중앙정부 재정 의존도(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의존재원/지방예산)는 42.4%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의존재원 비중은 1995년만 하더라도 21.1%에 그쳤지만 민선 지자체 출범 20년새 거꾸로 두배가 늘었다. 지자체 살림살이 절반 가량을 중앙정부 지원금으로 꾸리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지자체 의존재원은 7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1995년도와 비교하면 8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자체로 흘러가는 자금은 이제 국가예산(369조원)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까지 불어났다.
반면 지방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재정자립도는 20년간 63.5%에서 45.1%로 추락했다. 올해 지방의 사회복지비 부담이 28조원까지 불어난 영향이 직접적이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김정환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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