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한반도에 첨단 타격수단을 증강 배치하고 연합훈련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참관 하에 수도방위·공군비행 훈련을 실시해 맞대응을 펼쳤다.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비서가) 3방향전방지휘소에서 쌍방 실동(기동)훈련을 지도하며 다른 2개 방향에서의 훈련은 영상표시장치를 통하여 료해(이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훈련의 성격에 대해 “혁명의 수도 평양을 적들의 그 어떤 침공으로부터도 믿음직하게 사수하기 위한 작전준비를 더욱 완성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연합군이 지난 주에 이륙 후 10분 이내 평양 핵심부 가능한 최첨단 전략폭격기인 F-22랩터를 한반도에 출동시킨 데 대한 대응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은 이번 훈련에서 평양 방어를 위해 각급 부대들을 공격·수비 부대로 나눠 제91수도방어군단 예하 부대들이 방어전투임무를 맡고 △제105탱크사단 △제425기계화보병사단 △제815기계화보병사단 예하 부대들은 공격전투 임무를 맡아 훈련을 전개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같은 날 김 제1비서가 북한군의 각급 항공·반항공군(공군)부대의 검열비행훈련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검열비행은 전투기·조종사의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비행훈련을 의미한다. 이날 북한은 비리·종파 혐의로 처형된 리영길에 이어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남한의 경찰청장 격)이 북한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사실을 보도를 통해 확인했다. 또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제재법 발효에 대해 “가소로운 짓”이라고 비난하면서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대변인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보다 가증될수록 우리 역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더욱 높이 추켜들고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20일 아침에는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한·미 연합군과 북한군이 각각 군사적 긴장수위를 높이면서 향후 3~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 중에도 이같은 긴장·대치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도발에 맞서 한·미 해병대는 다음 달 실시할 ‘쌍용훈련’에서 상륙작전 다음 단계인 내륙 진격작전 기간·강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내륙 진격작전은 양국 해병대가 전쟁 발발시 북한 해안으로 침투해 내륙의 군사기지 등 핵심시설로 진격하는 상황을 상정해 실시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내달 실시될 키리졸브(KR)·독수리(FE) 훈련에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무기체계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양국은 이번 훈련에서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을 포함한 ‘작전계획 5015’를 처음으로 적용하고 맞춤형 확장억제전략과 이른 바 ‘4D계획’(탐지·교란·파괴·방어)을 반영할 방침이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7일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행한 이후 단호한 대북 압박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초기 한반도정책을 이끌었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반도 세미나에서 “통일정책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처음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은 상당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그린 CSIS 연구원은 “통일정책이 반드시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은 북한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며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 현 정책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통일이 남한 주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암묵적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유준호 기자]
◆북한 핵,미사일 도발 전후 지속되는 한반도 대치국면
▷한·미
-동해서 美핵잠수함 참가 연합훈련
-美 전략 핵폭격기 ‘B-52’ 전개
-현존최강 전투기 ‘F-22랩터’ 한반도 출동
-핵추진항공모함·전략폭격기 ‘B-2’ 추가배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사상최대 규모 전개
-연합 해병대 ‘쌍용훈
-주한미군 사드 배치 공식논의
▷북한
-김정은 참관 평양방어·공군 검열비행 훈련 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지속(*핵실험 이전)
-서해 북방한계선 이북 해안포 사격훈련
-김정은, 대남 테러역량 강화·결집 지시
-北소행 추정 사이버공격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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