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군사 위협 수위를 높였다.
9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북한의 핵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에는 김 제1비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 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핵기폭장치로 추정되는 은색 공 모양의 물체가 앞에서 현장지도를 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이날 공개된 사진 가운데는 흐릿하게 처리됐지만 KN-08의 탄두 부분에 공 모양 핵기폭장치로 보이는 물체가 2개 들어있는 그림(설계도)이 찍힌 것도 있었다.
앞서 북한은 수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다종화 △소형화 △경량화를 이뤄냈다고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제1비서의 발언을 통해 탄두 소형화 성공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제1비서가 “우리식의 혼합장약 구조로서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된 핵탄두가 정말 대단하다”며 “당의 미더운 ‘핵전투원’들인 핵과학자·기술자들이 국방과학연구 사업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지만 소형화 기술의 일정 부분을 확보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2006년 1차 북한 핵실험 이후 시간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탄두를 소형화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늘 공개된 사진과 관련)지금까지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이 문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웰쉬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도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핵무기 소형화 완성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문가들도 유사한 평가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공 모양 물체는) 전시용 모조품이 분명하다”며 “설계도 사진을 봤을 때는 증폭핵분열탄까지도 못갔고 플루토늄 폭탄의 원시적 형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중수소를 이용해 폭발력을 높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탄두 투발수단 개발수준에 대해 “사거리는 지난 2012년 은하3호 발사를 통해 보여줬지만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김 제1비서가 직접 핵능력을 발표하는 등 이례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270호가 채택되고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된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한편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두원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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