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용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태를 보여 국가의 핵심적 안보정책 결정 과정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북한 핵에 대응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결정을 한다면서도 포퓰리즘에 휩쓸렸다는 비판이다. 앞으로도 실제로 사드를 배치할 때까지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군 “기존용지보다 더 넓어 배치에 어려움 없어”
정부는 사드 용지 변경을 공식화하며 성주골프장이 성산포대보다 더 넓어서 레이더와 포대 배치에 어려움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 7월13일 성산포대를 용지로 발표하며 최적의 사드배치 부지라고 한 말을 79일만에 뒤집었다. 정부는 성주군의 반발에 부닥치자 갈짓자 행보를 했다. 성주군민들은 인구 1만4000여명이 살고 있는 성산읍에서 불과 1.5㎞ 떨어진 성산포대에 배치된다는 발표에 격렬히 반발했고 사드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확산됐다. 한미가 괌의 미군 기지에서 사드 전자파 측정치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고 정부는 그동안 견지했던 전자파 무해론을 미련없이 버렸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안보라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 흥정과 협상하는 대상이 아니다”며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것인데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송 전 소장은 “연구한 것에 따라 정한 장소를 여론에 의해 옮기게 된다면 앞으로 안보가 정치화되고 투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안보와 관련된 새로운 시설을 계속 생길텐데 사드 배치 변경 발표는 다른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방부 장관의 리더십과 통솔력 부족의 문제”라며 “장관이 (제3후보지 검토) 안 된다고 막고 단호하게 처리했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성주군에서 제안한 3곳의 후보지는 성주골프장과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애초부터 성주골프장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성주골프장은 국방부가 제시한 부지 선정의 6가지 기준을 대부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효용성이 성산포대 못지않고 주민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는 부지가 인근에 있었는데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이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은 것이었다. 이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군 당국이 애초에 부지를 치밀하게 선정하지 않아 혼란만 초래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당초 군은 비용과 소요 기간 등을 감안해 국유지만을 대상으로 부지를 선정해 성주골프장을 고려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사드 지역이 바뀐 것은 나쁘게 보면 안보 포퓰리즘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국민들의 이야기를 좀더 존중하고 중시한 것”이라며 “대체부지를 검토하면서 기존 성산포대에 비해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곳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성주골프장 소유주 롯데에 경기권 ‘대토’ 제안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에 실제로 사드를 배치하는 것도 ‘산 넘어 산’이 될 전망이다. 우선 김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과제다. 성주골프장은 김천시 바로 남쪽에 있어 김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중요한 절차로 떠오를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들이 참가하는 등 투명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방부는 김천 주민들과 대화 채널도 만들어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잠재우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원장은 “지금까지 사드 반대론자들이 주장했던 내용 중에서 실체적으로 맞는 내용이 없었다”며 “이제는 대승적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국론이 모아져야지 이것도 안되면 답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방부는 성주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 측과 본격적인 소유권 이전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국방부가 롯데 측으로부터 성주골프장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방식으로는 ‘대토’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경기도 지역의 토지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토는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매입하는 대신, 군이 보유한 다른 토지와 맞바꾸는 것을 가리킨다. 성주골프장 매입에 드는 예산을 줄일 수 있어 국방부 입장에서는 선호할만한 방식이다.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의 소유권을 확보하게 되면 사드를 운용할 주한미군 측에 부지를 공여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우리 군에 소유권이 있는 부지를 주한미군에 넘기는 것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또 국방부는 소유권을 확보한 성주골프장에서 기반시설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내년 말로 시한이 잡힌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