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에 대한 공관장 자격 심사를 하기도 전에 미얀마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그레망은 신임 대사를 파견할 때 상대국에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를 뜻하는 용어다. 외교부가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추천을 받았다고 시인한 유 대사를 검증 없이 내정한 뒤 형식적 자격 심사만 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는 유 대사 인선 논란이 제기된 뒤 "최 씨의 인선 개입 사실은 전혀 몰랐으며 유 대사 역시 특임공관장 인사 검증 과정을 거쳐 자격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13일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3월 10일 미얀마 정부의 유 대사 아그레망을 신청했다. 4월 14일 유 대사에 대한 서면 자격 심사를 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하기 무려 한 달 전이었다. 이후 유 대사는 5월 12일 신임장을 수여받은 뒤 같은 달 23일 주미얀마 대사로 임용되는 일사천리의 인선 과정을 거쳤다.
외무공무원법상 특임공관장 역시 대사 임명 전 서면심사로 '영어능력·도덕성·교섭 지도력'을 평가받도록 되어있다. 외교부의 한 전직 대사는 "특임공관이 대통령 인사권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자격 심사 전 아그레망을 먼저 신청한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특임공관장 중 유 대사의 케이스는 매우 이례적"이라
김 의원 역시 "청와대의 요청이 있더라도 유 대사의 자격심사 적격여부에 따라 미얀마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관장 자격심사 없이 유씨 이력서만 갖고 미얀마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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