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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저녁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건의 실종자 가족들이 김완중 외교부 재외동포국장(가운데)에게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 |
"찾아주세요, 제발 내 아이를 좀 찾아주세요"
지난달 31일 브라질 해역에서 약 2500km 떨어진 남대서양 한복판에서 급속히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의 실종자 가족들은 7일 저녁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기다리며 울부 짖었다.
현재까지 실종된 선원 24명(한국인 8명·필리핀 16명) 중 구조된 사람은 필리핀 선원 단 2명이다. 청사를 찾은 이들은 아직 구조되지 못한 한국인 선원 8명의 가족이다. 스텔라 데이지호에는 비상 탈출용 구명정 2척과 구명벌 4척이 탑재돼 있다. 총 6척의 비상탈출 수단 중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단 한 척의 구명벌에 가족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구명벌에 정원은 8명, 여기에는 통상 3일치의 식량이 실려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내 아이는 선원이다, 일반인들과 달리 배와 물만 있다면 살아있을 수 있다. 그곳에 비가 내리기도 했다"고 소리쳤다.
이날 저녁 실종자 가족이 윤 장관을 만나기 위해 외교부 청사로 진입하자 소수의 경찰이 막아섰다. 취재진이 몰려왔고 주변 행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잠 한숨 못자 지친 얼굴을 한 실종자 가족은 "구조 작업의 컨트롤 타워인 윤병세 장관을 만나러 부산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윤 장관에게 "총력을 다한 구조를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청사 앞에서 가족을 마중한건 윤 장관이 아닌 김완중 외교부 재외동포국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었다. 이들 역시 오랜 구조 작업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정부 관계자가 실종자 가족을 "유가족분들"이라고 언급했다. 순간 가족들은 한에 맺힌 소리를 질러대며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실종자 가족에게 김 국장은 "정부는 총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된 아이의 어머니가 김 국장의 다리에 매달리며 "내 아이를 살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 시각 윤 장관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차 주한 외교단과 함께 평창을 둘러보고 있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가족분들이 갑작스레 올라오셨고 미리 잡혀있던 외교 행사라 도저히 취소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가족들은 윤 장관과의 면담, 정부 주도의 비상대책상황실 가동, 가족의 요청을 바로 외교부에 전달할 수 있는 과장급 외교관의 비상대책반 상주를 요청했다. 가족이 장관을 만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하자 이날 자리를 비운 윤 장관을 대신해 안총기 외교부 2차관과 가족의 뒤늦은 면담이 성사됐다.
면담은 40분 가까이 진행됐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가족들은 안 차관에게 정부가 뒤늦은 대응을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안 차관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브라질 당국에 도움을 요청해 최대 자산이 투입되도록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선 3척과 군함 1척이 수색하고있는데 내일이면 총 8척으로 수색 자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지난 3일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윤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부산 선사에서 현 상황을 설명해준 외교부 공무원이 단 한 명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본부에서 해외 공관과 함께 총력을 다해 수색 작업을 지휘하고 실종자 가족의 지원은 해수부 등 다른 부처와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안 차관은 실종자 가족과의 면담에서 "서울 선사에 정부 주도의 대책반을 차려서 각 부처가 최대한 시시각각으로 진행되는 구조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려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차관은 또 가족들과 윤 장관의 면담도 관련 보고 등 절차를 밟아보겠다고 답했다.
안 차관의 약속을 받은 가족들은 "바쁘신 와중에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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