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있죠.
바로 이산가족들입니다.
세월이 흘렀어도 생생히 기억나고,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
박준우 기자입니다.
【 기자 】
1·4 후퇴 때 남편과 함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월남한 88살 김정자 할머니.
남편과 아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고, 남쪽에서 낳은 딸들도 가정 사정으로 20년 전에 소식이 끊겼습니다.
폐지를 모아가며 홀로 생활하다 보니 북쪽에 있는 형제들이 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어제 만났던 것처럼 형제들의 얼굴이 생생합니다.
▶ 인터뷰 : 김정자 / 이산가족
- "덕자는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고 예쁘고 명자는 친정엄마 닮아서 좀 밉고 선부는 아버지 닮아서 얼굴이 길쭉하고 다 생생해요. 아주 생생해요."
70살 김남규 할아버지가 큰 형을 마지막으로 본 건 벌써 60년 전입니다.
강제로 인민군에 끌려간 큰 형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지만, 생사 여부조차 알 수 없어 애가 탑니다.
▶ 인터뷰 : 김남규 / 이산가족
- "만약에 살아서 북한에 있다면, 이번 기회에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한을 제가 풀어 드려야겠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르면 다음 달 말쯤 성사될 것으로 보이면서, 대한적십자사도 한층 더 분주해졌습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평소 하루 열 통에 불과하던 상담 전화도 최근엔 평균 백여 통에 달합니다."
남쪽에 남아있는 이산가족 중 생존자는 7만 3천여 명, 절반은 이미 팔순을 넘겼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이산가족들의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통일되는 것만 바라다 영감은 죽고…."
MBN뉴스 박준우입니다. [ideabank@mbn.co.kr]
영상취재 : 박준영, 김원 기자
영상편집 : 하재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