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도청 조직 국내 첫 적발…수사팀까지 도청 시도

의뢰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스마트폰 도청을 해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도청 조직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0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속칭 '스파이앱'을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통화내용을 도청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등)로 황모(3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의뢰인 모집책 김모(33)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도청을 의뢰한 혐의로 허모(45)씨 등 9명도 입건했다.
황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중국 칭다오에서 스파이앱 서버를 임대한 후 의뢰자들로부터 1건당 30만원~200만원을 받고 한국인 32명의 스마트폰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의뢰인이 부탁한 특정인의 스마트폰에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도청이 가능한 '스파이 앱'이 설치되도록 했다. 스파이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은 통화내용 도청과 녹음은 물론 문자메시지와 연락처, 사진 등 폰에 저장된 모든 자료를 빼낼 수 있었다. 위치 추적도 가능했다. 이들은 의뢰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서버에 접속해 도청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이들은 경찰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수사팀원들의 스마트폰에 스파이 앱 설치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수사팀원 가운데 아무도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지 않아 도청에는 실패했다.
의뢰인 가운데는 아내가 남편을, 내연남이 내연녀를 감시하기 위해 도청을 의뢰하거나 건설업체 관계자가 담당 공무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도청을 부탁했다. 이들은 도청으로 약점을 잡아 공무원 등 3명을 협박해 5700만원을 뜯어냈다. 피해자들 중에는 스마트폰 화면에 앱 설치 흔적이 없어 몇 달간 도청당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악성앱을 통해 국가기관이나 기업의 회의 내용, 기밀 등이 유출될 수도 있다"며 "출처가 확인되는 않은 문자메세지의 인터넷 주소는 클릭하지 말고 스마트폰은 전용 백신을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