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전 육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30대 남성이 취객을 대상으로 금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5일까지 1년여에 걸쳐 강남역, 홍대 등 서울시내 유흥가에서 취객만 골라 물건을 훔친 혐의로 전 육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이 모씨(37) 등 3명을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와 30년지기 고향친구인 박 모씨(36)와 함께 장기임대한 차량을 타고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서울시내 주요 유흥가를 돌며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길거리에서 비틀대는 취객만을 노려 47회에 걸쳐 휴대폰 등 IT제품, 루이비통 핸드백 등 총 6300만원 상당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이씨를 추적한 끝에 지난 17일 귀가하는 이씨를 체포하려 했지만 육상선수 출신답게 이씨는 400미터 가량 빠르게 도망가며 이를 저지하던 형사에게 돌진하는 과정에서 형사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씨는 고등학생 시절 도 단위 100m 육상대표 선수를 했고 육상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냈다고 진술했지만 “단거리 선수치고 작은 키 때문에 장거리 선수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방황 끝에 운동을 그만뒀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특별한 직업을 얻지 못한 채 육체노동과 영업사원 등으로 일했다”며 그간의 생활고를 털어놓았다. 이씨는 “7년여 전 자신의 휴대폰을 도난당한 뒤 중고폰이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취객을 상대로 휴대폰을 훔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비슷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주 모씨(41)도 불경기로 인한 생활고가 범행동기임을 밝혔다. 주씨는 지난 4~6월 동안 취객을 상대로 8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씨는 “열쇠설치 관련 특허까지 냈지만 불경기로 사업을 접었다”며 “5년 전 우연히 취객이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워 판매한 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계속 저지르게 됐다”고 경찰
경찰 관계자는 “날이 더워지면서 술에 취해 차량 문을 잠그지 않고 잠이 들거나 길거리에 쓰러져 잠드는 경우 손쉬운 표적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지난 2월에 출범해 전국적으로 확대실시 중인 생활범죄수사팀이 앞장서 검거한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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