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염소가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떼로 다니면 어떤 모습일까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내 무인도에는 염소들이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쫓고 쫓기는 염소 소탕작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사방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작은 섬 백야도.
가파른 절벽 이쪽저쪽에 염소가 떼를 지어 다닙니다.
덫을 치고 염소를 몰아보지만 보란 듯이 포위망을 빠져나갑니다.
바람 때문에 서 있기도 힘든 능선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염소를 몰아가더니….
"그쪽으로 간다. 자리 지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염소가 발버둥을 쳐보지만, 하나 둘 배에 실립니다.
30여 년 전 주민들이 돈벌이 삼아 풀어놨던 염소들이, 워낙 번식력이 뛰어나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난 겁니다.
▶ 인터뷰 : 진병하 / 전남 진도군
- "처음에 우리가 여기에 20마리 정도밖에 안 풀어놨는데, 섬이 하도 험하니까 잡기도 힘들고…."
잡초뿐만 아니라 나무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다 보니 굵은 해송이 뿌리째 뽑히기도 하고, 나무껍질이 벗겨진 것도 부지기수.
이대로 두다가는 섬 전체가 황폐화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2천600마리를 잡았지만, 아직도 21개 섬에 870마리가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 송도진 / 국립공원관리공단 해양자원과장
- "여기 있는 염소를 다 구제해 내면 그다음에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나무를 식재한다든지 (생태계를 복원할 계획입니다.)"
공단 측은 다시 염소를 풀어놓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주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화면제공 : 국립공원관리공단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