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혼외 외손자"…결혼 빙자 돈 가로챈 男 구속

재벌가를 사칭해 여성에게 접근해 결혼을 약속하며 예물과 예단비 1억원 상당을 가로챈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재벌가의 혼외 외손자로 신분을 속이고 결혼을 빙자해 1억원 상당의 예단비용 등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공문서위조 등) 김모(35)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 10월께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에어로빅 강사 A(27·여)씨에게 상장 대부업체 R회장의 혼외 외손자임을 사칭하며 교제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치고 K대 의대 졸업 후 K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로 재직 중이며 물려받은 돈만해도 수백억원 대라며 있지도 않은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1년 넘게 교제 후 A씨와 결혼을 약속한 김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A씨에게 20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와 예단비용 5000만원 등 예물과 예단 비용 명목으로 총 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온갖 위조된 서류를 A씨에게 보여주며 의심을 피해갔다. 자신 명의로 된 118억원 상당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외할아버지가 회장인 R회사에서 무상으로 받았다고 속인 고급 외제 승용차 차량등록증과 40억원 상당의 청담동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계약했다는 부동산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했다.
김씨는 또 재력가 행세를 하기 위해 역할대행사이트를 통해 섭외한 가짜 부모를 동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A씨와 수차례 만나며 능숙한 연기로 김씨의 부모 역할을 대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모역할 대행 대가로 김씨로부터 각각 80만원과 20만원을 건네받은 김모(59·여)씨와 이모(60·남)씨는 김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어머니 역할을 대행한 김씨는 과거 한때 TV 단역배우로활동하기도 했다.
완벽할 줄로만 알았던 이들의 사기행각은 1억원 상당의 예물·예단비용을 건네 받은 김씨가 이후 결혼식 날짜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면서 발각됐다. 김씨가 뚜렷한 이유 없이 수개월 동안 차일피일 결혼식을 미루자 이를 의심한 A씨가 경찰에 사실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신고를 한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의사가 아닌 고졸학력의 학습지 방문교사였을 뿐만 아니라 1명의 자녀까지 둔 유부남으로 확인됐다.
[연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