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제는 오너인 신동빈 회장을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까지 들여다보면서 전 정권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현석 기자?
【 질문 1 】
강 기자, 결국 이번 롯데 수사, 신동빈 회장까지 건드릴 것이란 관측이 계속되는군요.
【 기자 】
네, 검찰은 이달에만 두 번에 걸쳐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는데요.
특히 2차 압수수색에 바로 롯데케미칼이란 회사가 포함된 걸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질문 2 】
이 회사와 신동빈 회장,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 기자 】
이 회사는 과거 호남석유화학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1990년 신동빈 회장은 해외에서 귀국한 뒤 첫 경영 수업을 바로 이 곳에서 받았습니다.
이후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진두지휘 하면서 이 회사를 시가총액 9조가 넘는 엄청난 기업으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룹 내 영업이익의 37%를 차지하는 알짜배기 기업이기도 하죠.
신격호 회장에게는 어찌보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석유원료를 수입하고 그 값을 지불하는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보통 물건을 사오면 바로 상대방에게 대금을 지불해야 정상이죠.
그런데 롯데케미칼은 중간에 페이퍼컴퍼니를 끼고 이 회사가 대금을 지불합니다.
심지어 대금 지불과정에서도 일본 롯데물산을 한번 거치는 등 특이한 과정을 거치죠.
검찰은 바로 이 과정에서 최소 200억 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 질문 3 】
즉 롯데케미칼을 압수수색한 순간, 이미 신 회장 소환조사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고 볼 수 있는거네요.
【 기자 】
그렇죠. 여기서 검찰의 입장을 한번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합니다. "혐의 입증에 성공해도, 잘 아는 그런 인물이 소환되는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거죠.
바꿔 말해보면, 이 '잘 아는 인물'이 과연 누굴까요.
최소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혹은 신동빈 회장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죠. 신 회장 소환은 불가피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즉, 소환은 할테지만 시점은 지금은 모른다 이렇게 해석이 가능한 겁니다.
【 질문 4 】
그런데, 롯데 측의 증거인멸 정황, 계속 드러나고 있다죠?
【 기자 】
그렇습니다. 1차는 물론 2차 압수수색에서도 조직적으로 증거를 빼돌린 정황.
특히 롯데건설은 컴퓨터 자료를 지우는 삭제 전문 프로그램까지 동원했습니다.
WPM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저도 몰라서 좀 찾아보니, 하드디스크의 정보를 영구적으로 지우는 프로그램.
가령 포맷을 해도 요새는 다시 복원을 시키는 기술이 많이 발전.
근데, 이 프로그램의 경우, 아예 복원을 할 만한 단서 자체를 날려버리는 특징이 있어.
심지어 압수수색 직전 외장 하드를 빼서 별도로 창고에 숨겨놨다가 들통난 계열사도 있었고요.
검찰도 증거인멸이 심각한 일부 인사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
【 질문 5 】
결국 이러면 롯데 측이 더 손해 아닐까요?
【 기자 】
맞습니다. 이번 롯데 수사를 보면 롯데 측이 어떤 측면에서 자충수 두고 있어.
오너를 노리는게 너무도 명백한 수사.
그렇다면 굳이 증거인멸 등 뻔히 들킬 방법으로 무리수를 두면,
언젠가는 이뤄질 신 회장 수사에서 구속영장 청구 등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 않겠나.
검찰 안팎 "결국 롯데가 스스로 자멸하는 바보같은 대응책을 내놨다"고 분석.
【 질문 6 】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결국은 이번 수사가 제2롯데월드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파다하죠?
【 기자 】
그렇습니다. 물론 검찰은 부인합니다.
아예 안하겠다는 뉘앙스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안보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법조 기자들 사이에선 결국 기-승-전-제2롯데란 말이 나올 정도.
결국은 제2롯데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어.
근데 이러면 전 정권 수사로 이어지게 돼.
【 질문 7 】
인허가 과정에서 전 정권이 특혜를 줬다 이런 의미인가요?
【 기자 】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특혜를 줬는지는 불분명.
하지만 정황을 보면 여러 수상한 측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제2롯데 건설을 측면에서 지원사격.
그리고 대통령 된 뒤 노골적으로 지원의사 밝히기도 해.
심지어 오랫동안 반대의사를 밝힌 공군마저 입장을 180도 바꿔서 찬성으로 돌아서.
이런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 질문 8 】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지난 2008년쯤인데요. 롯데 측이 예비역 공군 중장 천 모 씨가 회장으로 있던 회사에 12억을 건넸다는 의혹입니다.
이 회사는 성남공항 활주로 각도를 트는 공사에 관여한 곳이기도 한데요.
당초 공군은 7도 틀라고 요구.
근데 3도로 결국 결론. 각도가 달라지면서 예상 공사비가 거의 9천 억 가까이 줄어들어.
이 과정에서 일종의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현재 파다합니다.
【 질문 9 】
제2롯데 인허가 과정에서 전 정권과 가교 역할을 한 인물도 새삼 부각되고 있죠.
【 기자 】
그렇습니다.
바로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기도 한 인물인데요.
삼성그룹 비서실-삼성물산 과장-신세계백화점 총무부 차장-신세계백화점 부사장-1996년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대표이사 사장.
2005년 2월 롯데호텔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된 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총괄사장.
강력한 사업추진력이 장점으로 꼽히는 인물.
웨스틴조선호텔 객실에 최초로 컴퓨터를 설치하고 베이커리사업부를 단숨의 키운 이력.
워낙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워 롯데그룹과 정권 간 일종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
1988년부터 거의 20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제2롯데 인허가 문제를 단숨에 해결.
결국 장 전 사장이 제2롯데 인허가 문제의 사실상 키를 쥐고 인물인 만큼,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반드시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