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3명 질식 정화조 사고…안전불감증이 낳은 人災
↑ 질식사고 난 청주 유제품공장 정화조/사진=연합뉴스 |
정화조·맨홀 등에서 발생하는 질식사고는 여름철 집중됩니다. 기온이 상승하면 유독가스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산소 결핍 상태가 되기 쉬운 탓입니다.
여름철에 접어들 때면 안전보건공단이 매번 '위험 경보'를 내지만 사망자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사고 원인을 따져보면 환기를 시키지 않고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작업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입니다.
20일 오후 3시 20분께 청주의 한 유제품 생산 업체에서 발생한 근로자 질식사고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지하에 매설된 정화조를 수리하러 지금 60㎝가량의 뚜껑을 열고 시설 담당 직원 1명이 들어갔다가 쓰러졌고, 이 직원의 비명을 듣고 뒤따라 들어간 동료 직원 2명도 모두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울 정도의 불볕더위로 인해 정화조 내 분뇨 등이 빠르게 부패하면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밀폐 공간의 미생물이 번식하고 암모니아가스나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 산소 결핍 상태가 됩니다.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경우를 뜻하는데, 심할 경우 실신 후 5분 내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려면 유해가스 농도를 미리 측정하고 환기 설비를 가동한 후 호흡용 보호구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이런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가 2011년 14명, 2012년 20명, 2013년 31명, 2014년 15명, 지난해 12명 등 최근 5년간 92명이 질식 재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청주에서 이날 발생한 질식사고의 원인이 안전불감증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분 등이 빠르게 부패, 정화조에 유독가스가 차 있었지만 화를 당한 근로자들은 보호장비 등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구조대원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들어갔을 때 오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고 쓰러진 3명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업체의 안전교육 실시 및 안전장비 구비 여부도 경찰 수사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정화조가 아니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다가 가스 질식이나 산소 결핍 등으로 변을 당하는 경우가 잦다"며 "반드시 환기 설비를 가동한 후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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