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으로 가시길"…제주 성당 피습 피해자 여성 눈물의 장례식
↑ 사진=연합뉴스 |
"상상도 못 한 폭력에 짓밟혀서 갑자기 목숨을 잃은 김○○ 자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유가족들의 한없는 슬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주의 한 성당에 홀로 남아 기도하다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흉부·복부 등을 수차례 찔려 숨진 피해자 김모(61·여)씨에 대한 장례미사가 21일 오전 열렸습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 집전으로 진행된 이날 미사에는 유가족과 신도 등 수백명이 참석해 성당 내 수많은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환하게 웃는 고인의 사진이 담긴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생전 고인이 정성을 다해 기도드리던 곳이자 사건이 일어난 성당 입구에 멈춰 섰고, 강 주교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맞이했습니다.
부축을 받고 운구 행렬을 따른 김씨의 남편 등 유가족과 신도들 역시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강 주교는 "고인을 아는 친지와 교우들은 착하고 천사 같은 분인데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제들도 헌신적이고 열심이시던 분이 이런 일을 당해 마음 아파하는 교우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저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침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 주교가 "고인이 기도생활에 열심인 것은 물론 성당에서 다른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허드렛일도 했으며, 밤늦게 클린하우스 주변 쓰레기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까지 했다고 들었다. 완덕의 경지에 이르렀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인의 생전 선행을 설명하자 미사 참석자들이 흐느끼는 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7월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미사 도중 IS추종자 테러로 숨진 자크 아멜 신부를 순교자로 지칭한 일을 소개하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르고 무참히 살해된 김○○ 자매 역시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선언하고 싶다. 우리 시대의 과욕과 죄악 때문에 희생돼 티없는 어린양과 같은 제물로 주님께 봉헌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급격히 증가하는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강 주교는 "손님을 부르려면 공간과 시설, 일손, 질서를 잡을 사람들까지 확보하고 초대해야 하는데 단칸방에 온 동네 사람과 지나가는 길손들마저 불러들인 결과가 지금 제주의 현실"이라며 "인구 60만 정도인 작은 섬에 한해 서울 인구에 맞먹는 1천200만명의 타지인이 찾아와 머물고 갔고 그 결과 강력범죄율 1위, 1인당 쓰레기 투기량 1위 등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강 주교는 "제주도는 개발의 열병에 걸렸다.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더 많이 먹고, 즐기고, 소비하길 바라면서 무차별 투자와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런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고 상처 입고 있으며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당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강 주교는 "김○○ 자매의 순교는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하늘의 경종이자, 제주를 원초적 평화로 돌아가도록 촉구하는 봉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죄없는 거룩한 영혼의 소유자가 부조리하고 무자비한 죽임을 당한 탓을 외국인에게 돌리기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무분별한 탐욕의 탓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난데없이 나타난 흉악함에 희생된 당신의 삶이 어떤 깊은 뜻에 의한 것인지 헤아릴 수 없다. 당신의 떠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도민과 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이 충격과 슬픔을 피하지 못한다"며 고인의 안식을 빌고,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원 지사는 "제주를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책임"이라며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
장례미사가 끝나고 운구 행렬은 슬퍼하는 신도들을 뒤로하고 성당을 떠났습니다. 내내 눈물 흘리며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슬퍼하던 김씨의 남편 이모씨는 성당을 떠나기 전 장례미사에 참석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살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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