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휴게소’에서 서울방면으로 향하는 38번 국도 상행선. 25일 오후 1시 이 도로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들이 운전하는 ‘트랙터’로 긴 줄이 늘어섰다. 최고시속 20km로 서행하는 트랙터 행렬로 인해 뒤 따르는 차량들은 거북이 행렬을 했다.
붉은 글씨로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팻말을 달고 달리는 트랙터와 화물차 1000여대의 목적지는 서울 광화문 광장. 도심으로 향하는 상경하는 농민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경찰 사이엔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이례적으로 이같은 대형 장비를 동반한 도심시위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이런 긴장감은 오는 26일 서울 도심에 최대 15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5차 촛불집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로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계에 다다란 시민들과 분노한 ‘농심’이 폭발해 평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등 1500여개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5차 촛불집회는 이날 오후 1시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6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주최측은 서울 도심에 15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주최측은 참여 인원이 더 늘어난 점을 감안해 행진 코스를 더 총 9개로 늘려 오후 8시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등 주최측은 “이번에도 평화 집회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집회가 앞서 집회와는 달리 돌발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각종 집회에 단골로 참여하는 일부 노동계열 소속 단체가 과격한 분위기 조성하려는 분위기가 적지않게 감지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과 학계는 이번 집회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입 모으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 정치는 ‘삼류’로 낙인이 찍혔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의식만은 ‘일류’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촛불 시위대는 폭력과 비폭력 세력으로 분열되고, 결국 단합된 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왜곡된 메시지가 전달될 것 ”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폭력을 억제해 나갈 필요가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화를 깨고 과거처럼 폭력이라는 갈등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자발적 시민 참여가 줄고 시위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겨나면서 국민이 염원하는 민주주의는 요원해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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