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지진발(發) 수능연기로 자녀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학부모들은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전국 시험장에 배치된 '지진 대피요령' 안내문이 무색하게 이번 수능은 안전한 상태에서 마무리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수험생 후배들이 선배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하고, 수험생이 지각하지 않도록 택시와 오토바이 기사가 수험생을 긴급후송 하는 등 훈훈한 풍경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선 용산고, 한일고, 성동고 수험생과 재수생 등 758명이 수능 시험을 치뤘다. 새벽부터 선배를 응원하러 나온 한일고 2학년 하모군은 "북을 치면서 응원하느라 목이 쉬었다"면서 "선배들이 모두 문제를 잘 풀어 원하는 대학에 붙었으면 좋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아들에게 수저를 전달해달라고 교직원에게 부탁하는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했다. 어머니 박 모 씨는 "된장국, 김치볶음을 싸줬는데 수저를 안넣은 사실을 교회에서 기도하다가 알아챘다"면서 "혹시 아들이 못 먹을까봐 걱정돼서 교회를 뛰쳐나와 바로 고사장으로 왔다"고 했다.
서울고 상문고 서문여고 등이 시험을 본 서울 서초구 세화고에서도 자녀를 수험장에 들여보낸 뒤 교문 앞을 서성이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 쌍둥이 자녀가 수능을 보게 된 회사원 이모씨(52)는 "아이들 시험장이 갈리다보니 애들 엄마랑 나눠서 오게 되었다"며 "시험은 아이들이 보는데 왜 내가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회사에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재수생 아들이 지난주 수능 일정에 맞춰 모든 걸 불태워가며 공부했는데, 일주일 연기되자 힘이 많이 빠진거 같아요.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세화고 앞에선 '삼수는 에바' '보인다 대학길이 보인다' '니답이정답' 등 톡톡 튀는 문구가 직힌 피켓이 긴장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다소나마 누그트렸다. 아울러 교육열이 높은 지역답게, 구청 직원이 이달 25일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있을 입시설명회 전단지를 학부모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올해 최고 응시령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룬 이명순씨(86)였다.
수험생이 고사장에 늦지 않도록 돕는 경찰의 긴급수송 작전에 개인택시 기사들과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입실 완료 시간이 다가오자 큰 사거리마다 배치된 택시에는 수험생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아현역 사거리(옛 굴레방다리)에서 긴급수송 택시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소재 고사장인 인창고로 이동한 수험생 정 모 씨(21)는 "앞에 사고가 나서 차가 밀려
[나현준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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