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추돌 22명 사상자 낸 급유선 선장·갑판원 현장검증

낚싯배를 추돌해 22명의 사상자를 낸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이 사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현장검증을 받았다.
8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명진 15호 선장 전모씨(37)와 갑판원 김모씨(46)를 명진15호가 정박한 서구 북항 관광선부두로 데려가 출항 때부터 사고 발생 때까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현장검증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전씨 등은 해경 호송차에서 내려 명진15호에 오른 뒤 묵묵히 현장검증에 임했다. 당시 함께 승선한 선원 4명도 현장검증에 함께 참여했다.
선장 전씨가 머무른 조타실은 7㎡(2평) 남짓한 공간으로 뱃머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양 옆으로 다가오는 배를 충분힐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보돼 있었다.
갑판원 김씨가 사고 당시 물을 마시러 갔었다고 밝힌 식당은 조타실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다.
김씨는 뱃머리 쪽에서 밧줄을 풀어 낚싯배 선창1호(9.77t)에서 바다에 떨어져 표류하는 낚시객 4명을 구조하는 장면을 재연하기도 했다.
신용희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현장검증에서 선장, 갑판원, 기관장 등 전체 선원 6명의 사고 전후 위치와 입출항 전까지 위치를 살펴봤다"면서 "사고 당시 위치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전씨 등은 지난 3일 오전 6시 5분께 낚시어선 선창1호(9.77t)가 충돌 범위에 들어온 사실을 알면서도 변침, 감속 등 충돌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아 낚싯배 탑승자 1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하는 대형 사고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로 지난 6일 구속됐다.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를 봤다.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진술을 조금씩 바꾸며 낚싯배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고 당시 물을 마시러 식당에 갔다"며 자리를 이탈한 사실을 시인했다.
한편 명진15호는 지난 4월 8일 새벽에도 중국 선적 화물선과 충돌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전씨는 명진15호는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우선(우측)에 어선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연락을 받은 뒤 5분만인 오전 3시 45분께 인천 남항 입구 인근 해상에서 입항 중인 화물선 '천주(TIAN ZHU) 1호'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명진15호는 선수 우측 부분이 찌그러지고 갈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