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뤄진 서울시 공무원 7급 한국사 시험에서 고려후기 역사서(본조편년강목, 사략, 고금록, 제왕운기)를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이에 대해 7급 한국사 유명강사인 전한길씨는 공개 강의에서 "이건 가르치는 강사나 대학교수도 맞출 수 없는 문제"라며 "시험이라는 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똑똑한 애를 합격시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건데, 이 문제는 공부해도 맞출 수 없는 문제다"고 비판했다. 아무리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지엽적으로 낼 순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회원수 약 80만명에 달하는 9꿈사(9급 공무원 준비생 다음카페)에 올라와 많은 수험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공무원시험에서 지엽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수험생 출신 검토위원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인사처 관계자는 10일 "한국사 등 주요과목에 대해 출제 검토 위원을 1~2명 더 늘려, 지엽적인 문제를 거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7,9급의 경우 과목 당 출제위원(보통 교수가 담당)은 2~3명, 이를 검토하는 출제 검토위원이 1~2명 정도다. 이들은 모두 공무원 필기시험을 보기 2주 전부터 합숙하며, 수능 출제위원과 같이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한다.
보통 출제 검토위원은 전년도 합격자(현 공무원)가 담당하는데, 해당 출제위원을 지금의 2배로 늘려 '수험생' 시각에서 너무 지엽적인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출제 위원이 전문가이다보니 이 정도면 누구나 알거라며 전문적인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출제위원보다는 수험생 입장이었던 검토 위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같은 방안이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전공 과목인 영어, 한국사 등은 전공과목(경제학, 법학 등)에 비해 개념을 응용하는 문제를 출제하기 어려워, 어차피 '암기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지엽적인 문제가 양산된다는 게 이들 지적이다. 대학 졸업 후 4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중호(가명·31)씨는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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