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와 남편,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회사 간부, 소요를 막기 위해 그저 숨기기에 급급한 권력자들. 부산행 기차엔 각각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담긴 거였죠. 그럼 어제 부산행을 택한 이 사람은 어떤 목적이 있었을까요.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발의하고, 그 와중에 직접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린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입니다. 음주운전 피해자인 윤창호 씨도 만나고 그의 가족들에게 사과도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지만, 이날은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회의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음주 단속에 적발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꼭 이날 갔었어야 했을까요.
거기에, 당이 어떤 처벌을 내리더라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공개된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며 경찰 조사 후에 출석하겠다는 건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게다가 경찰 쪽엔 바쁘다며 조사를 미뤘다지요.
사실 국회의원 사퇴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사직서를 제출해도 개회 중엔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과 동의를 얻어야 하고, 폐회 중엔 국회 의장이 허가해야만 관둘 수 있습니다. 또 제명할 땐 윤리특별위원회가 심사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한 뒤 본회의에 상정,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죠. 그 때문에 역대 국회의원 중 제명된 사람은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딱 한 명뿐입니다.
'국회에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윤창호 씨를 면회한 뒤 이용주 의원이 한 말입니다. 이게 부산행의 목적이었다면 꼭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도, 사퇴하는 것도 본인이 아닌 국민의 뜻에 있다는 겁니다. 또 지금은 살 궁리를 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할 때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