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재판부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민철기 부장판사)는 오늘(25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피고인들은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등 문건을 기획·작성·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결심공판에서 이 전 실장, 조 전 수석,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안 전 수석과 윤 전 차관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세월호 특조위가 별다른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며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형 이유에 대해 "공소 제기된 범행은 피고인들이 위원회 활동을 직접 방해한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반하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조차도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공소사실을 제외하면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선고 직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리느냐"며 법정 질서를 지켜달라는 법원 공무원의 말에 "자식이 죽었는데 진정이 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한 어머니는 재판이 끝나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호송되기도 했습니다.
4·16 가족협의회는 브리핑을 열고 "특조위 조사를 최고 책임자들이 방해했는데 집행유예가 웬 말이냐"고 반발했습니다.
고(故) 김건우 군의 아버지인 김광배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냐"며 "판결을 들으며 죄는 있되 본인이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비록 오늘 실망했지만 한번 더 믿어보겠다"면서 "대한민국의 법이 얼만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인지 다시 한번 지켜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일 민변 세월호 TF 팀장은 "재판부가 무죄 취지로 판단하기는 했지만 (피고인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에 어긋나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유죄가 인정됐다"며 "유죄 인정 취지는 향후에 더더욱 세월호 진상규명이 필요
또한 이 팀장은 "재판부가 집행유예 등 가벼운 양형을 선고했다는 건 여전히 세월호 참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향후 입장을 정리해 다시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박인태 기자 / parki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