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들이 31일 낮 12시 50분 임시 생활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버스 진입 과정에서 우려했던 지역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한 때 한 주민이 트랙터를 몰고 들어와 질서유지선을 경찰에게 열어줄 것을 요구해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교민 수용 항의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5분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날 200명의 교민들을 태운 경찰버스는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다소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바로 경찰인재개발원 내부로 들어갔다.김포공항 항공센터에서 검역과 입국 절차를 마치고 인재개발원으로 출발한 지 1시간 50여분 만이다. 이들은 앞으로 2주간 우한폐렴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인재개발원에서 지낸다. 1인 1실 생활을 하게 되며 개발원 내부에서는 서로 간 만남이 제한된다. 이들은 감염 확인을 위해 하루 2차례 발열 검사를 받고 문진표를 작성하며, 증상이 없을 경우 보건교육 뒤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앞서 전날까지 교민 수용을 거세게 반대한 주민들은 이날 오전 초사2통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의 인재개발원 수용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은 대신 정부와 충남도에 ▲교민 경찰재인재개발원내 외출금지▲의사 인력 상주 및 소독시설 설치▲도지사 임시 사무실 교민 귀가 완료시까지초사2통 마을회관내 설치,운영 등 철저한 방역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건의 사항을 함께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곤 농성을 위해 설치했던 천막도 철거했고 주요 길목에 내걸었던 수용 반대 현수막도 모두 자진 철거했다.
이와관련해 정부는 이곳 초사동의 오랜 숙원사업인 도시가스 공급시설, 경찰인재개발원 네거리 원형로타리 설치 등을 해주기로 주인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날 인재개발원서 주민 대표와 만나 "주민들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면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우리 교민을 무작정 막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천안이 안 되니 아산으로 결정한 정부 정책에 화가 났던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주민 조종묵씨(65)는 "무턱대고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만 하기 어렵다"며 "우한 교민들이 기왕 여기 있기로 했으니 무탈하게 잘 지내다 가길 바랄뿐이고 정부가 아산 주민들이 염려하는 안전,위생 대책도 차질없이 추진해 걱정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아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교민을 따뜻하게 포용하자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귀국하는 교민을 따뜻하게 품겠다는 의지를 담은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 캠페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번지고 있다.'아산 배방맘'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자신의 SNS에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라며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손팻말을 촬영해 게시했다.한 시민도 "우리 함께 지혜를 모아 이겨내자. 청정 아산에 놀러 오라"며 응원 문구를 전했다.또 다른 시민은 페이스북에 "아산의 옛 이름 온양온천은 세종대왕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려와 온천을 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곳"이라며 "중국 우한이라는 타지에서 이유도 모르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했을 교민을
[아산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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