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중국 축구가 또 다시 추태를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유럽과 남미의 거물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 질적양적 도약을 도모하고는 있으나 정작 축구의 기본적인 매너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덩치는 커졌을지 몰라도 사고는 아직도 유아 수준이다.
선제골을 터뜨린 후 눈에 띌 정도로 수비에만 치중하면서 지키는 것에 급급했던 베이징의 소극적인 대응을 화끈한 공격력으로 무너뜨린 FC서울은 K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8강행 티켓을 획득했다.
이 경기에서 베이징 궈안은 실력으로도 패하고 매너에서도 졌다. 자국리그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임하는 선수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형편없는 추태가 나왔다.
경기 후 베이징 선수들이 빠져나간 원정팀 라커룸을 확인한 서울 구단 관계자는 기가 막혔다. 여러 가지 기물들이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라커룸 간판을 깨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하는 화이트보드와 휴지통도 파손돼 있었다. 패배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부린 난동이었고 추태였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연고로 하고 있는 베이징 궈안은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자금력을 동원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구단이다. 서울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프레데릭 카누테는 베이징 궈안이라는 팀의 자금력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에서 뛰던 카누테는 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든 거물에 가깝다.
광저우 헝다, 상하이 선화 그리고 베이징 궈안 등 적잖은 클럽들이 돈으로 선수들을 사면서 확실히 중국 축구의 수준이 올라간 게 사실이다. ACL을 통해 입증된 중국 클럽의 실력은 더 이상 K리그와 J리그가 한 수 아래로 접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어마어마한 돈도 매너까지는 사지 못하는 모양이다.
FIFA는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페어플레이 캠페인(Fair Play campaign)을 펼치고 있다. 선수들보다 FIFA의 페어플레이기가 먼저 필드에 등장하는 것은 축구에서 정정당당은 기본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패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기본 중의 기본 자세도 되어있지 못한 베이징 궈안 선수들의 모습은 적잖
AFC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회다. 필드에서 보여주는 것만이 수준의 모든 것은 아니다. 베이징 선수들이 보여준 난동은 아시아 축구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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