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리그에서는 NBA 콜업이 수시로 이뤄진다. 최근 우리 팀(산타크루즈)에서도 센터가 콜업돼 축하할 일이지만, 이젠 빅맨이 2명 밖에 남지 않았다. 최근에는 NBA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골든 스테이트의 슈팅가드 네만야 네도비치가 클래스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역시 공‧수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인 네도비치를 보며 NBA리거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선수였다.
또 반가운 선수도 만났다. KBL에서 뛰었던 에릭 도슨이었다. 샌안토니오 산하 오티스에서 뛰고 있다.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여기서 KBL 출신 용병 선수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슨은 여기서 A급 빅맨으로 평가받는다. 의외였다. 그만큼 NBA에서도 빅맨이 많지 않다. 도슨을 보며 KBL이 생각났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 산타크루즈 어시스턴 코치를 맡고 있는 이규섭. 사진=이규섭 제공 |
일단 D리그엔 정말 좋은 가드, 포워드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은 없다. 누군가 계속 두드리면 문은 열릴 수 있다. 그렇다면 김민구는 어떨까.
NBA에서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제로에 가깝다. 그건 정말 꿈이다. 그보다는 NBA 엔트리 12~15명에 들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한다. 이 기준이라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D리그에 있는 모든 가드들은 다 공격형이다. 물론 패스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스타일이 다 비슷하다. 자신의 슛과 득점만 신경 쓴다. 아니면 그냥 괴물 같은 운동능력으로 농구를 한다. 영리한 선수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동유럽권 선수들은 영리함으로 승부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동유럽 선수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NBA에서 살아남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민구를 포함해 한국 가드들도 수비력을 기본 전제로 패스와 이타적인 플레이로 승부를 본다면 가능성은 있다. 이타적인 패스와 팀 플레이 이해도는 한국 선수들이 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다.
난 전지훈련으로 미국도 많이 와 봤고, 이번에 다시 느끼면서 NBA 도전이 대단한 벽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선수들이라고 해서 사이즈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신장을 속이는 선수들도 대부분이다. 특히 가드가 살아남으려면 수비력의 차이가 크다. 양동근의 수비력이라면 와서 충분히 해볼만 하다.
여기 지도자들이 무조건 요구하는 부분이 일단 수비와 이타적인 플레이다. 코트를 휘젓고 다니면서 패스를 할 줄 아는 가드를 원한다. D리그에서는 김선형 정도의 스피드를 갖고 있는 선수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긴 FIBA보다 더 강한 몸싸움을 요구한다. 그만큼 웨이트가 중요하다.
한국 선수들의 또 다른 벽은 문화 적응이다. 영어를 못하는 선수가 있으면 그 선수와 같이 농구를 하지 않는다. 일단 언어가 안되면 접근 불가다. ‘왕따’ 되기 딱 좋다. 문화를 이해하고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경험이 있는 하승진의 NBA 재도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D리그에서는 좋은 작은 선수들은 많지만, 좋은 센터는 찾기가 힘들다. NBA 빅맨 연봉 인플레이션 현상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NBA에 진출하지 못한 빅맨들 중 KBL에서 뛰는 빅맨은 A급으로 평가될 정도로 빅맨 기근 현상이 심하다. 하승진이 몸을 얼마나 잘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NBA 재도전은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 미국에서는 몸을 만들기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리를 해보면, 내가 여기에 오기 전 NBA는 단지 꿈이고, 솔직히 불가능한 무대라 생각했다. 물론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대단한 선수도 있지만, 그들은 정말 일부 스타플레이어들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NBA 스타플레이어를 기대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만, NBA 진출이
하승진에 이어 김민구나 또 누구든 빨리 NBA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를 보고싶고 기대한다. NBA는 도전을 하면 충분히 열릴 수 있는 곳이다.
[전 삼성 농구선수/현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