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고치) 전성민 기자]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악.”
벌써 몇 번째 고함소리인지 모른다. 23일 일본 고치현 시영구장의 보조구장. 김회성(30·한화 이글스)이 홀로 김성근(73) 감독의 펑고를 받고 있다.
원래 일정에는 없었던 갑작스런 훈련이다. 오전부터 훈련을 한 김회성은 실내 타격 도중 김성근 감독의 호출을 받고 바쁘게 보조구장으로 뛰어왔다.
↑ 수도 없이 땅바닥을 향해 슬라이딩을 했다. 23일 김성근 감독의 일대일 펑고를 받은 김회성의 유니폼은 형체를 잃었다. 사진(日 고치)=전성민 기자 |
김회성은 3루 플레이트 뒤쪽에서 펑고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의 펑고는 강했고 다양했다. 몸을 던져야 겨우 잡을 수 있는 위치로 강한 공이 연신 날라 왔다. 3루보다는 2루쪽 플레이트에 훨씬 가까웠다. 유격수 쪽 방향의 펑고가 이어지다 갑자기 3루 쪽 라인을 타고 흐르는 펑고가 나왔다. 순간적으로 중심이 유격수 쪽으로 쏠렸던 김회성은 공을 잡지 못했다.
“그것도 못잡나”는 김성근 감독의 질책이 이어졌다. 김회성은 “죄송합니다. 아악”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의 울부짖음은 훈련이 계속 될수록 더욱 커졌다.
고함은 효과가 있었다. 김회성은 3루 쪽 라인을 총알같이 타고 가는 타구를 슬라이딩을 통해 잡았다. 쉽게 볼 수 없는 호수비였다. 김회성은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하늘 쪽으로 향한 채 “아악”이라고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한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오롯이 자신 속으로 들어가 야구에만 집중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회성이 공을 잡고 송구를 하는 스텝과 백핸드로 잡을 때의 자세, 송구 동작 빠르고 부드러운 발 동작 등을 끊임없이 지도했다. 김회성은 “네”라고 크게 대답한 후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오후 5시 40분. 김회성은 150개의 펑고를 잡았다. 슬라이딩을 위해 여러 차례 넘어졌던 김회성의 하얀 유니폼은 상하의를 가리지 않고 검은색으로 변했다. 김성근 감독은 “마지막 10개다”며 훈련을 계속했다. 김회성은 마지막 10개의 펑고를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채 완벽하게 잡아냈다.
10번째 공을 잡아 1루 쪽으로 송구를 하는 순간 모든 훈련이 끝났다. 김성근 감독은 김회성을 쳐다보고 ‘OK’ 사인을 보냈다. 김회성은 “고생하셨습니다”며 김성근 감독에게 인사한 후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계를 넘어서 야구에만 집중한 그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드는 연습이었다.
김회성은 다리를 약간 쩔뚝이며 다음 훈련을 위해 메인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김회성에게 왜 그렇게 고함을 많이 쳤냐고 물었다.
김회성은 “오전부터 훈련을 한 후 펑고를 하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공을 많이 놓쳤다. 김성근 감독님께서 나를 위해 펑고를 쳐주시는데 죄송했다. 감독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크게 소리 질렀다”고 설명했다.
펑고 훈련을 마친 김성근 감독은 “김회성을 3루수로 키워야 한다. 송광민이 부상 중이다”며 “선수 수준을 A,B,C로 나눈다면 김회성은 아직 C다. 하체가 길어 부드럽지 않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김성근 감독의 강한 펑고 한 개 한 개에는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스승은 의지가 강한 김회성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회성은 스승의 마음을 온몸을 던져 잡아냈다. 이날 두 사람은 ‘진짜야구’를 했다.
↑ 김회성이 23일 오전 시영구장에서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日 고치)=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