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서민교 기자] “이동현이 그런 말을 해? 웃기고 있네.”
양상문(54) LG 트윈스 감독의 뿔이 난 걸까. 아니다. LG 불펜의 핵 이동현(32)을 두고 말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동현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걱정이 태산이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시즌에 처음으로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지난 시즌 종료 뒤에는 결혼도 했다. 책임감도 부담도 부쩍 커졌다.
↑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 이동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양상문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투수들을 대거 합류시켰다. 당연히 의욕적이었다. 젊은 혈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구위도 만만치 않았다. 양 감독은 물론 강상수 투수코치도 놀랄 만큼 만족도는 높았다.
LG 15년차 베테랑 투수인 이동현도 긴장을 해야 할 경쟁 후보들이다. 이동현은 미국 애리조나 캠프부터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는 “어린 투수들이 정말 잘 던진다. 농담이 아니라 볼이 진짜 좋다. 내 자리도 불안하다. 정말 열심히 해서 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진지했다. 이동현은 “정말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워낙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기 때문에 나도 남몰래 운동을 더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라면서 “어린 선수들이 정말 좋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투수 쪽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현 말대로 젊은 유망주 투수들의 기량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이동현을 위협할 정도일까.
양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양 감독은 “이동현이 그런 말을 해? 웃기고 있네”라고 황당한 웃음을 지은 이유이기도 했다. 양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좋아진 것은 맞다. 그런데 이동현이 더 좋아졌다”고 껄껄 웃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양 감독이 스프링캠프 기간 확인한 이동현의 구위는 확실히 좋아졌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동현이의 볼은 막판에 말려서 들어왔다. 그러면 방망이에 맞았을 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려서 들어오지 않고 그대로 쭉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흔히 말하는 볼 끝에 힘이 생겼다는 의미다. 양 감독은 “볼이 말려서 들어오지 않으면 힘으로 방망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금 이동현의 볼이 그렇다. 확실히 더 좋아졌다”고 반색했다.
양 감독은 이동현과 각별한 사이다. 지난해 이동현의 결혼식 주례도 맡았다가 갑작스럽게
이동현의 늘어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양 감독은 이동현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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