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그저 한 경기를 삐끗했을 뿐인데 타격이 크다. 일찌감치 정리가 되는가 싶었던 2015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와 H조가 혼전 양상으로 번졌다.
성남 FC(한국)를 비롯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등 3개 팀이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승리를 놓쳤다. 오히려 덜미가 잡히면서 뻔해 보이는 구도가 안개로 뒤덮이고 있다.
F조와 H조의 8개 팀 가운데 누구도 조별리그 통과 및 탈락이 확정되지 않았다. 모든 팀이 16강 진출 티켓을 획득할 가능성이 생겼다. 성남과 FC 서울(한국)은 각 조 2위에 올랐지만 마냥 웃긴 어려웠다.
H조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독주가 점쳐졌다.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서울전에서 승패가 갈릴 경우, 가시마는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서울-웨스턴 시드니전 승자도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해도 무조건 16강행이었다.
↑ 성남 FC는 지난 7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4차전에서 광저우 푸리와 0-0으로 비기면서 16강으로 가는 길이 다소 험난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그렇게 교통정리가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었다. 일본 J리그의 역습이 눈에 띄었다. 감바와 가시마는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각각 부리람과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2-1로 이겼다. 두 팀 모두 AFC 챔피언스리그 첫 승.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딛고 통과 가능성을 키웠다.
성남과 서울은 승리 시 매우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무승부에 그쳤다. 성남은 광저우 푸리와 0-0, 서울은 웨스턴 시드니와 1-1로 비겼다. 후반 들어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오심으로 승리를 도둑맞기도 했다.
이 1경기로 인해 각 팀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16강 진출 길이 평탄해 보였던 성남과 부리람은 속이 타들어간다. F조는 1위 부리람(승점 7점)과 4위 감바(승점 4점)의 승점 차가 불과 3점이다.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누구든 1위가 될 수도, 4위가 될 수도 있다. 성남도 예외가 아니다.
H조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승점 9점)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16강 진출 후보다. 오는 21일 서울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행이 확정된다. 거꾸로 이야기 해 캐스팅보드를 쥔 광저우 에버그란데다. H조는 1위가 아닌 2위 싸움이 치열하다. 2위 서울(승점 5점)과 4위 가시마(승점 3점)의 간극은 승점 2점이다. 1경기 결과로 순위가 뒤바뀐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맞대결을 남겨놓은 서울과 웨스턴 시드니로선 속이 더 타들어간다.
F조와 H조 보다 하루 늦은 8일 조별리그 4차전을 갖는 E조와 G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북 현대(한국), 가시와 레이솔(일본), 베이징 궈안(중국)이 모두 승점 3점을 따면, 손에 손을 잡고 16강에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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