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13볼넷 패배와 1안타 패배, 어느 게 더 참담할까. 적어도 둘 다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그 씁쓸함을 안고서 광주로 이동한 KIA와 넥센이다. 김기태 KIA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은 애써 표정을 밝게 지으려 했지만, 그 속은 시커멓게 탔을 터다.
‘절친’ 김기태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시즌 첫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서로를 제물로 삼아야 했다.
“이럴 때일수록 심리적으로 편안해야 한다. 시즌 초반이라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절대 쫓기지 말고 각자 역할에 충실하자”라며 염경엽 감독은 넥센 선수들을 독려했다. 김기태 감독도 말을 아꼈지만 특유의 ‘파이팅’을 외치며 KIA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 효과 때문일까. 6회까지 KIA와 넥센은 하루 전날과 정반대였다. 안타 1개를 치기도 힘들었던 넥센 타선은 안타 5개를 때렸다. 장타도 쭉쭉 날아갔다. KIA 마운드도 허망하게 타자를 걸어 보내지 않았다. 볼넷은 겨우 1개였다.
↑ 넥센의 박헌도는 17일 광주 KIA전에서 2타수 2안타 1볼넷 1사구를 기록했다. 3-3으로 맞선 8회 결승타를 쳤다. 사진=MK스포츠 DB |
먼저 안 풀린 건 넥센이었다. 6회까지 2루타 3개를 쳤지만 득점은 1점에 그쳤다. 2회 박헌도의 2루타에 이은 윤석민의 적시타로 뽑은 게 다였다.
베이스러닝이 아쉬웠다. 4회 유한준은 2루타 후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5회에는 김하성이 우중간에 깊숙한 타구를 날린 뒤 3루까지 내달렸다가 KIA의 정확한 중계 플레이에 잡혔다. 가뜩이나 넥센 더그아웃에 찬바람이 부는데 더 거세졌다.
하지만 KIA 선발 험버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KIA는 ‘든든한’ 험버가 없자 꼬이기 시작했다. 이제 고질병이 되는 것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4사구를 남발했다.
3-1로 앞선 7회 등판한 박준표는 무사 1루서 유한준을 사구로 출루시켰다. 윤석민을 우익수 뜬공을 처리했지만, 김민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만루 위기에서 ‘소방수’ 심동섭을 꺼냈지만 그의 첫 공은 강지광의 몸으로 향했다. 밀어내기.
또 다시 그의 초구를 고종욱이 때려 내야안타로 만들며 스코어는 3-3이 됐다. 2점 차 리드를 허무하게 못 지킨 KIA였다. 깔끔한 한방은 유한준의 안타 하나였다. 찝찝했다.
운명의 8회. KIA의 네 번째 김태영마저 볼넷을 한 이 이닝에서 넥센은 또 다시 장타를 치고도
KIA는 볼넷을 13개에서 5개로 8개나 줄였다. 그러나 불펜이 방화를 했다. 불펜이 볼넷을 범한 이닝에서 실점을 했다. 볼넷은 ‘도화선’이 따로 없었다. 이러다 볼넷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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