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28·FC 바르셀로나)가 조력자를 자처하며 생애 첫 ‘코파 아메리카’ 우승에 도전하는 모습이 여러모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과 닮은꼴이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 선수권대회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는 5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각) ‘2015 코파 아메리카’ 개최국 칠레와의 결승전에서 정상등극을 노린다. 전신 ‘남미선수권대회’를 포함하여 아르헨티나는 모두 14차례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1993년 에콰도르대회를 끝으로 어느덧 22년 동안 우승이 없다.
트로피가 간절한 것은 메시도 마찬가지다. 자타공인 프로축구 세계일인자임에도 국가대항전에서는 200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승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 전부다. ‘A매치’로 분류되는 성인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에서는 정상에 선 적이 없다는 얘기다.
메시는 ‘2015 코파 아메리카’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3차례 선정됐다. 페루의 3위를 주도한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31·CR 플라멩구)와 함께 대회 공동 1위다. 게레로와 메시는 전 경기 풀타임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6경기 4골의 게레로와 달리 메시의 득점은 6월 14일 파라과이와의 A조 1차전(2-2무) 페널티킥 골이 전부다. 도움도 지난 1일 파라과이와의 준결승에서 3개를 몰아친 것 외에는 없다.
↑ 메시(가운데)가 아르헨티나 주장으로 임한 파라과이와의 ‘2015 코파 아메리카’ 4강에서 저돌적인 수비에 시달리며 공을 다루고 있다. 사진(칠레 콘셉시온)=AFPBBNews=News1 |
↑ 메시(10번)가 한국과의 남아공월드컵 B조 2차전에서 이정수-기성용-김정우-조용형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남아공 요하네스버그)=AFPBBNews=News1 |
이처럼 일선에서 물러나 있음에도 메시는 최다 MOM 선정으로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경우 ‘2015 코파 아메리카’ 최우수선수(MVP)가 확실시된다. ‘득점’이라는 성과가 미진함에도 경기력으로 극찬을 받으며 강력한 MVP 후보로 부상한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과 닮은꼴이다.
당시 메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16강까지 4경기 연속 단 1분도 쉬지 않았으나 골 없이 도움만 4개였다. 도움은 ‘2015 코파 아메리카’보다 많았으나 MOM은 1차례 수상에 그쳤기에 종합적으로는 비슷하다.
FIFA 기술연구그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조별리그 및 16강 종료 시점에서 선정한 골든볼(MVP) 후보에 메시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미국 스포츠방송 ESPN 등 주요 외신은 메시의 월드컵 첫 ‘무득점 필드플레이어 골든볼’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골키퍼 올리버 칸(46·독일)이 수상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골든볼은 모두 득점자에게 돌아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메시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아르헨티나 공격의 시발점이었다면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주장 겸 오른쪽 날개로 뛰고 있다. 측면 공격의 활로를 여는 고전적인 역할뿐 아니라 이번 대회 공격형 미드필더 하비에르 파스토레(26·파리 생제르맹), 왼쪽 날개 앙헬 디마리아(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수시로 위치나 역할을 바꾸면서 공격 전개와 공 운반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
‘월드컵 무득점 골든볼’ 꿈은 아르헨티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준준결승에서 0-4로 대패하면서 무산됐다. 메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과 달리 ‘2015 코파 아메리카’는 우승이 목전이다. 아르헨티나의 정상 등극 여부와 함께 둘째가라면 서러운 득점력을 보유한 메시가 결승전까지도 ‘필드골’ 없이 대회 MVP에 선정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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