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최근 2년간 느꼈던 LG 트윈스의 달콤한 가을야구 기억. 올 시즌 전반기에는 없었다. 마치 지난 10년의 암흑기로 다시 돌아간 듯한 악몽의 전반기였다.
LG의 비정상 전력은 시작부터 틀어져 전반기 내내 꼬였다. 끊임없는 부상 속에 마운드가 붕괴되고 타선은 침묵했다. 사건사고도 터졌다. 비난의 화살은 감독에게 향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시즌 성적 38승48패1무로 승패차 –10을 찍으며 최악의 성적인 9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 LG 트윈스가 총체적 난국 속에 팀 성적 9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시즌 개막 전 LG의 스프링캠프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이유는 건강한 선수들. 양상문 감독은 “부상 선수 없이 캠프를 잘 맞췄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차라리’란 단어를 이때 쓰는 것일까.
LG는 집단 부상 전염병에 걸렸다. 조기 복귀를 알렸던 투수 우규민의 부상이 재발했고,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은 허리와 종아리 부상으로 자취를 감췄다. 4번 붙박이 타자 이병규(7번)도 개막 시리즈에 부상 결장. 시작에 불과했다. 박용택 이병규(9번) 이진영 정성훈 손주인 최경철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에 신음하며 빠져나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제 리빌딩의 시작. 내야수 양석환과 포수 유강남의 발견은 신선했다. 외야수 나성용과 내야수 박지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확실한 효과는 없었다. 단지 버틸 뿐이었다. LG의 전반기는 아프다 끝났다.
▲ 엎친 데 덮친 마운드 붕괴
LG가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던 가장 큰 힘은 마운드였다. 특히 불펜은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삼성의 막강 불펜마저 눌렀다.
팀 타율은 2할6푼2리로 9위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했지만, 사실 새롭지 않은 성적이다. 전반기 성적은 마운드 붕괴가 대변한다. 팀 평균자책점이 4.90까지 치솟아 8위로 추락했다. 선발보다 구원 투수가 무너진 것이 문제였다. 구원 투수 성적이 최악이었다. 선발 평균자책점 4.77(7위)보다 더 높은 5.08의 평균자책점(7위)을 기록했다.
선발진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 범주에 있었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시즌 초반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안감을 안고 버티기로 들어갔다. 하지만 불펜 붕괴는 충격이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에 이어 이동현마저 흔들렸다. 신재웅과 유원상의 구위는 살아나지 않았고, 그나마 살림살이를 책임지던 셋업맨 정찬헌은 음주운전 사고 충격을 안기며 시즌을 마감했다. 총체적 마운드 붕괴였다.
↑ 플랜A가 실패한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어떤 플랜B로 후반기 돌파구를 열까. 사진=MK스포츠 DB |
LG에서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의 첫 시즌. 전반기는 사실상 실패작이었다. 부상과 부진의 여파 속에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모두 감독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양 감독이 가장 기대했던 투·타가 모두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좌완 기대주 임지섭은 올 시즌 5선발 후보로 낙점하고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하지만 결국 1군 적응을 못하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우타거포 최승준도 시범경기까지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지만, 시즌 개막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침묵했다. ‘4번 붙박이’로 강한 신뢰를 보였던 이병규(7번)마저 최악의 부진으로 2군을 오갔다. 불펜에서 절대적 신뢰를 받았던 정찬헌도 믿음을 깼다.
외국인 타자 영입도 실패로 끝났다. 역대 최고액을 투자해 거포 대신 3루수를 택했으나 단 한 경기도 3루수로 써보지도 못했다. 한나한이 타격에서
후반기에는 ‘양상문 플랜B’가 필요하다. 부상 선수들도 돌아왔다. 아직 57경기가 남았다. 전반기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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