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6일 일본 후쿠오카의 야후오크돔에서 벌어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소프트뱅크전. 소프트뱅크의 ‘매의 제전’ 이벤트데이가 열리는 마지막 날이었다. 연장 혈투가 치러진 승부, 오릭스가 11회 안타 5개(4득점)를 몰아치며 웃었다.
그런데 주연은 따로 있었다. 오릭스의 선발투수 곤도 가즈키(32)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승운이 날아간 불운이 따랐지만, 최근 14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던 그는 또 한 번의 드라마틱한 역투를 펼쳤다.
곤도는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고시엔 우승까지 경험했다. 2군에서 경험을 쌓다가 2008년 프로 첫 두 자릿수 승리(10승)를 거뒀다. 하지만 팔꿈치가 잇달아 고장이 나면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3년간 8경기 21⅔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 곤도 가즈키는 26일 소프트뱅크전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7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7회 우치카와에게 3루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트 피칭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소프트뱅크에 유난히 강했던 그는 ‘매의 제전’ 마지막 날 잔치를 망쳤다. 매의 제전 11연승과 함께 후반기 전승을 달리던 소프트뱅크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2회와 3회 볼넷 1개씩을 내줬을 뿐. 노히트 피칭이었다. 이대호는 물론 야나기타 유키, 우치카와 세이치 등 소프트뱅크 간판타자들은 곤도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7회 노히트는 깨졌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우치카와가 곤도의 높은 속구를 밀어 친 게 외야 펜스 상단을 맞혔다. 우치카와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슬라이딩. 곧도는 1사 3루에서 이대호, 마쓰다 노부히로를 상대해야 했다.
1-0의 불안한 리드에서 희생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 곤도는 이대호에게 좋은 공을 던지지 않았다. 볼넷. 그리고 마쓰다와 승부를 택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마쓰다의 타구는 멀리 뻗지 못했고, 더블 플레이로 연결됐다. 0의 행진은 계속됐다.
1피안타 무실점 역투에도 14일 만에 승리 추가, 그리고 통산 30번째 승리는 없었다. 오릭스는 3회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16이닝 연속 무득점 종료. 하지만 그 1점 밖에 얻지 못했다. 여러 차례 추
승리투수 칸에 곤도는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야후오크돔에서 무엇보다 빛난 건 곤도의 인생투였다. 그것만으로도 오릭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연장 승리 못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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