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오지환(25)은 지난 22일 잠실 넥센전에서 3-2이던 9회초 넥센 9번 대타 박헌도의 직선타성 타구를 백핸드로 잡으려다 놓치고 말았다. 이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내달렸던 1루주자 김하성이 결국 홈을 밟으면서 경기는 마지막 이닝에서 동점이 됐다.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섰던 오지환은 ‘결자해지’ 안타를 치고 나가 박용택의 끝내기안타 때 결승득점을 올렸다. LG 선수들이 모두 끝내기 승리의 격한 기쁨을 나누는 속에서 오지환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 LG 오지환은 지난 주말 경기 후반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고통을 겪었다. 보다 자연스러운 대기 자세만 잡을 수 있다면 더 안정적인 수비가 기대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18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8회 실책 2개를 저지르면서 4-0의 리드가 4-7로 뒤집히는 ‘악몽의 이닝’을 만들었다. 실책과 결승득점으로 지옥에서 탈출한 22일 ‘남자의 눈물’을 뿌린데 이어 23일 넥센전에서는 연장 10회 끝내기홈런으로 LG팬들을 울렸다.
경기 종반, 그것도 승부가 갈리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실책을 저지른 순간의 야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정말 힘들고 많이 외롭다.
오지환의 실책 장면은 ‘아, 10cm 만 더 앞에서 처리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을 줄 때가 대부분이다. 평소 타구를 기다리는 준비자세가 좀 더 편안해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스타트가 빠르지 못해 한 바운드 앞에서 잡아내지 못한 경우가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 야구는 전통적으로 내야수들에게 ‘자세를 최대한 낮추라’는 주문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발견했던 우리와 다른 교육 방식 중의 하나가 이 ‘낮은 자세’에 대한 관점이다. 그들은 타구를 기다리는 대기 자세에서 내야수의 적정 무릎 각도를 40~45도 정도면 충분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사실 땅볼 타구에 대시하는데 이로운 유연한 대기 자세는 그렇게 낮지 않다. 프로 선수들의 서브 속도가 시속 200km를 웃도는 테니스를 떠올려 보면 된다. 그들이 코트에 꽂힐 강서브를 기다리는 대기 자세는 전진에 편안해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서있는 자세다.
오지환은 대기 자세가 지나치게 경직돼 보이는 장면이 더러 있는 유격수라 심리적 부담감이 늘어나는 경기 종반에 실책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맘고생이 배가 될 실수여서 안타깝다.
이 부분에서 맘을 좀 더 편하게 먹고 여유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오지환은 완벽한 유격수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명백하게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유격수다. 강한 어깨와 스피드를 가진 오지환은 3루-유격수간 깊은 타구를 잘 잡아낸다. 빠르고 강한 송구로 키스톤 콤비와의 더블플레이를 한결 여유 있게 해낸다. 어려운 타이밍도 쉽게 만들어내는 그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파인플레이’를 해내고 있는 좋은 유격수다.
내야수에게는 ‘결정적인 실책’이 숙명이다. 흔히 유격수는 9번의 호수비는 잊혀도 한 번의 실책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포지션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야수 스스로는 한 번의 실책을 잊고 9번의 호수비를 기억하면서 집중력을 다잡아야 한다.
누구보다 뜨거운 지난겨울을 보내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올 시즌을 뛰고 있는 선수임을 알기에 지난주 오지환의 눈물에 마음이 아팠다. 팀은 어렵고 몸은 점점 힘들어지는 시즌 종반, 더 많이 힘내라고 등을 두들겨주고 싶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