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홍은동) 윤진만 기자]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2014년 하반기 2015년도 상무 정기 선수선발 모집 공고가 떴을 때, 동갑내기 팀 동료 박진포(28, 상주상무)가 ‘동반 입대’를 제안했다. 박준혁(28, 성남FC)은 마음이 흔들렸다. 만 27세여서 당시가 아니면 상무 입대가 불가능했다. 코치진에 의사를 전달했다. ‘만 28세까지 입대가 가능한 안산경찰축구단도 있으니 1년 뒤 입대하는 게 어떻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박준혁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대구, 제주, 성남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명실상부 K리그 정상급 골키퍼. 스스로도 실력에 자부심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1년을 기다렸다. 9월 경찰청 선수 모집 공고가 떴다. 지원서를 제출했다. 주위에선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웬걸. 10월 27일 발표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경찰청은 15명의 합격자를 모두 필드 플레이어로 채웠다.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박준혁은 “그렇게 됐다. 경찰축구단 지원에서 떨어졌고, 입소 날짜가 나왔다. 일반 군인으로 7일 논산훈련소로 입소한다”며 씁쓰레 웃었다.
↑ 박준혁은 2014년 성남FC에 FA컵 트로피를 안긴 주역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주위에서 오히려 ‘어떻게 안 되느냐’고 더 난리지만, 정작 나는 덤덤하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스플릿 라운드에 진입하고 어쩌면 일반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K3리그 등 활로를 찾았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쩌겠나. 이게 내 길인가 보다”라고 말하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박)진포가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갔어야 했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프로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훈련소 입소 전후로 어떠한 가능성이라도 붙잡겠다는 각오지만, 마음속으론 두 번째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대로 입소를 하면 2017년 8월17일 제대한다. 복귀를 해서 8개월 동안 몸을 만들면 2018시즌부터는 프로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 일반 현역병으로 가기 때문에 지금보다 경기 감각은 떨어지겠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 박준혁은 2010년 프로 데뷔해 6시즌 동안 경남, 대구, 제주, 성남을 거치며 160경기를 뛰었다. 올 시즌 32경기 출전 26실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박진포도 “몸 관리를 워낙 잘하는 친구이고, 마인드도 좋아서 위안이 된다. (‘막군’을) 갔다 와서도 잘 풀리지 않을까?”라며 응원했다. 박준혁은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 휴식한 뒤 7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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