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삼성의 6월 핫 이슈는 불펜이다. 좀 더 자세하게 콕 집어 이야기한다면 ‘뒷문지기’ 심창민이다. 불펜이 예년 같지 않은 가운데 도드라지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심창민이 최근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많았다. 잦은 호출은 그만큼 팀이 이길 기회가 많았기 때문일 터. 아무 상황에서 막 부르진 않는다. 그런데 심창민이 마운드에 머문 시간이 길었고 던진 공이 많았다는 게 논란이 일었다.
↑ 심창민은 최근 3경기에서 109개의 공을 던졌다. 상황에 따라 불가피했다고 해도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투구수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심창민은 지난주 3경기에 등판했다. 지난 5월 31일 고척돔에 첫 등장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5세이브를 올렸다. 4명의 넥센 타자를 상대로 공 7개를 던졌다. 깔끔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가 된 건 그 다음부터.
심창민은 3일 후 한화와 대구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서 등판했다. 34구를 기록한 안지만은 흔들렸다. 실점 시 그대로 경기를 내줄 수 있는 위기서 심창민의 투입은 적절했다. 그리고 11회초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 속에 7타자 연속 아웃 처리.
문제는 심창민의 투구수가 29개였다는 것. 심창민은 당시 시즌 최다 투구수는 48개였다. 삼성이 11회말 결승 득점을 따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그렇지 못했다.
투수 교체 여부를 고민하던 삼성은 승부수를 띄웠다. 장필준, 백정현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으나 심창민에게 마지막 이닝까지 맡겼다. 그만큼 한화와 첫 판을 무조건 잡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심창민도 “더 던질 수 있다”라고 등판을 희망했다.
심창민은 “그 상황에 (마운드에)안 오를 투수는 없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지고 싶은 경기는 없다. 심창민도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마지막 이닝은 삼성과 심창민의 뜻과 정반대로 흘렀다. 2사 만루서 통한의 실점을 했다. 12회 투구수만 무려 32개였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심창민의 역투는 ‘투혼’으로 더욱 포장됐을 것이다. 하지만 불운했다. 류중일 감독은 “잘 막았으면 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심창민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61구는 마무리투수치고 꽤 많은 공이다. 이틀 뒤 정우람(한화)이 59구를 기록했지만 흔하지 않다.
투수의 선발 등판만큼의 피로가 컸을 터. 당초 심창민의 휴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심창민은 하루만 쉰 뒤 한화전(지난 5일)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에 따라’라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리고 9회초 2사 1,3루 역전 위기에 호출됐다. 심창민은 첫 고비를 넘겼으나 그 다음은 이겨내지 못했다. 또 한 번의 패전투수. 타선은 9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삼성은 연패를 끊어야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난 7일 마침내 LG를 꺾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도 심창민이 마운드에 나갔다. 그는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다만 이번에도 투구수(25구)는 적지 않았다.
이틀 간격의 등판이다. 심창민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팀이 치른 4경기에서 3경기에 나가 5⅔이닝을 소화했다. 투구수는 100개를 넘겼다(총 109구). 단기간 내 꽤 많은 투구수다. 이전 심창민의 기록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1993년생의 23세 젊은 투수라 해도 바깥에서 보기에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혹사 논란인 셈이다.
↑ 심창민(오른쪽)의 투입 타이밍은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나가는 게 기본 원칙이다. 심창민은 최근 3경기 모두 리드하거나 동점이던 9회 등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삼성은 혹사 논란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속사정을 모른다는 것. KBO리그는 올해 들어 더욱 중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다수 야구인은 두산, NC의 2강과 8중의 구도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그렇게 되고 있다.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1승이 귀하다, 때문에 이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한다. 5할 승률 회복도 쉽지 않은 삼성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막무가내로 투입하는 게 아니다. 기본 조건이 있다. 마무리투수는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나간다고. 심창민이 최근 등판한 3경기는 삼성이 앞서거나 동점인 상황이었다. 동점도 9회 실점 위기였다. 삼성은 놓칠 수 없는 경기를 반드시 잡기 위해 심창민 카드를 꺼냈다.
마무리투수가 팀이 3점차 이내로 리드한 상황에만 9회 등판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심창민은 최근 모두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조진호 불펜코치는 “심창민의 (잦은)등판과 관련해 혹사라고 이야기하는 건 잘 모르고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야구 또한 마무리투수가 (팀이 이길 수 있는)그 상황에 나가야 하는 것이다. (심)창민이도 마무리투수로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 몇 번’이라고 등판 횟수란 게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때론 등판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지는 경기에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창민은 지난 5월 9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주 2회씩만 등판했다. 팀이 지고 있던 상황의 등판은 2번(5월 15일 롯데전-22일 NC전)이었다.
조 코치는 “어떨 때는 일주일간 (승리 혹은 세이브를 올릴)기회가 없기도 하다. 기회가 있을 땐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창민도 “난 괜찮다. 힘들지 않다. 내가 나갈 상황이라면 나가야 한다. 그 동안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그 기회가 주어질 때 잘 성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이 지난 8일 또 한 번의 ‘약속의 8회’를 연출했다면, 심창민이 9회 등판할 가능성이 높았다. 류 감독은 “경기 상황과 심창민의 상태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심창민 또한 “(전날)30구 이하라면, 연투를 할 수 있다”라며 혹시 모를 등판 준비를 했다. 심창민의 올해 최대 연투는 3경기(4월 28일~30일·2⅓이닝 총 43구)다. 막무가내 투입은 아니지만, 승리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커졌다.
↑ 삼성 불펜 재건을 위해선 안지만의 역할이 크다. 조진호 불펜코치는 안지만이 불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고 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심창민이 나갈 수밖에 없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심창민은 현재 삼성 불펜 중 가장 폼이 좋다. 류 감독은 “심창민이 현재 투수들 가운데 가장 구위가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다. 그런데 삼성의 주머니에 그런 카드가 매우 부족하다. 한때 철옹성을 자랑했던 불펜 왕국과는 이제 먼 이야기다. 냉정히 말해, 심창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건 거꾸로 삼성 불펜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심창민이 아니면 승리를 지킬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삼성 불펜은 상처가 많다. 한화와 대구 3연전에서 엿보였다가 지난 7일과 8일 LG전에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삼성은 지난 7일 경기에서 6점차 리드를 막는 데도 애를 먹었다. 8회에만 임대한, 박근홍, 안지만 등 3명의 투수가 등판했다. 이들은 3점을 내줬다. 쉽게 끝마칠 경기를 그렇게 못하면서 끝내 심창민을 부르게 만들었다.
하루 뒤 경기에도 정인욱의 조기 강판 속에 장필준, 박근홍, 김현우, 임대한, 김대우 등 5명의 불펜이 가동됐다. 가뜩이나 불펜의 체력이 떨어져 있는데, 부하까지 걸린 셈이다.
정인욱이 지난 8일 3회 만에 강판되기 전까지 삼성 선발투수는 한 동안 최소 5이닝을 책임졌다. 보통 6,7이닝이었다. 차우찬, 윤성환, 장원삼은 슬슬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바통을 넘겨받은 불펜이 남은 2,3이닝을 막아주지 못했다. 장필준, 김대우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삼성 필승조의 축은 심창민, 박근홍, 안지만이었다. 그런데 엄밀히 심창민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상궤도 미진입의 안지만의 분발이 필요하다.
류 감독은 “불펜이 막아야 하는데 많이 맞고 있다. 그러니 계산이 서지 않는다”라며 “안지만은 볼 끝이 예년처럼 좋지 않다. 구속도 더 올라야 한다. 박근홍은 좋을 때와 나쁠 때 차이가 크다. 제구가 흔들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다”라고 토로했다. 자연스레 긴박한 상황(3점차 이내)서 심창민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주소다.
점수차가 커 이미 승부가 기운 경기에는 심창민이 마운드에 오를 특별한 이유(감각 유지 차원 외)는 없다.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타선도 화끈하게 터지지 않고 있다. 6월 들어 삼성이 마음 편하게 경기를 치른 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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