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투수에게 볼 배합은 늘 숙제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정답은 없고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한다.
1승1패의 원점에서 양 팀 모두에게 1승이 절박했던 준플레이오프 3차전. LG 선발 허프와 넥센 선발 신재영은 나란히 신중한 피칭으로 최선을 다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중요했던 승부처에서 두 투수는 비슷한 볼 배합 전략을 택했으나 그 결과는 갈렸다.
↑ LG 허프(왼쪽)와 넥센 신재영은 나란히 변화를 주는 볼 배합으로 비슷한 수 싸움을 펼쳤지만, 승부처에서 다른 결과를 손에 쥐면서 희비가 갈렸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LG 허프에게 중요했던 승부처는 2-1의 리드가 빡빡했던 7회 2사2루에서 전 타석에 안타를 쳤던 넥센 7번 김지수와 맞섰을 때다. 김지수에게 5회 안타를 맞았던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허프는 다시 만난 김지수에게 연속 속구를 던졌는데 3구째까지 볼이 됐고 4구째가 겨우 존에 들어갔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결국 풀카운트를 만들었으니 이제 마지막 승부구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속구 승부가 예상됐으나 또 한번 꼬았다. 다시 체인지업을 던져 허를 찔렀고 헛스윙 삼진으로 이 타자를 잡았다.
두 투수 모두 쉽게 가지 않았다. 번번이 ‘역으로 가는’ 볼 배합으로 다이내믹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공 하나의 운명은 갈려서 신재영은 홈런을 맞았고, 허프는 삼진을 잡아내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타자와의 수 싸움은 어쩔 수 없이 상대적이다.
LG가 2회와 3회, 각각 2루와 3루까지 주자를 내보내고도 득점하지 못하면서 뭔가 답답하게 끌려가는 듯 했던 경기 흐름은 4회 유강남의 홈런 한방으로 시원하게 풀렸다. 허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이상의 좋은 피칭을 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타이트해보인 날이었지만, 허프는 제구력과 스피드가 모두 일품이었다.
신재영은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올해의 패기만만 신인왕 후보답게 첫 포스트시즌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1회에는 조금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곧바로 마운드에 적응하고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17일 4차전의 선발 매치업은 류제국(LG)-맥그레거(넥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 이후 충분하게 쉬고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