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메릴 켈리(29·SK)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호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200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지만 9승에 그쳤다.
김광현의 이탈로 비룡군단의 에이스 역할을 맡은 올해도 ‘켈크라이’ 모드였다. 6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페이스가 더뎠다. 개막 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안 됐다.
최근에는 롤러코스터의 내리막을 탔다. 2경기 연속 대량 실점(4월 23일 문학 두산전 6실점-29일 대구 삼성전 5실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이 2.93에서 4.70으로 치솟았다.
↑ 메릴 켈리는 최근 피안타가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넥센만 만나면 승운이 따르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지난 4월 18일 문학 넥센전(7-4 승·7⅔이닝 4실점)에서 6회까지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18일 만에 다시 넥센을 상대하는 켈리였다. 이번 넥센전에도 초반부터 타선이 화끈하게 터졌다. 2회까지 안타 5개와 4사구 3개를 묶어 4점을 지원했다.
최근 주춤했던 켈리는 5월의 첫 등판에서도 흔들렸다. 최고 153km의 빠른 공을 던졌으나 초반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아슬아슬 줄을 타듯 와르르 붕괴되지 않았다. 1회 2사 1,3루-2회 무사 2루-3회 2사 2루 위기를 모두 넘겼다. 3회까지 탈삼진만 4개.
위태롭던 켈리는 4회 집중타를 맞았다. 2사 1,2루서 이정후, 송성문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했다. 야수 도움까지 받지 못했다. 스코어는 4-0에서 4-3, 1점차가 됐다.
그 긴장감은 켈리에게 채찍질이었다. 계속된 2사 3루의 위기서 서건창을 내야 땅볼로 처리한 켈리는 5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켈리가 6회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클리닝타임보다 더 길었던 SK의 6회 공격이었다. 타순을 한 바퀴 돌면서 양훈, 박정준을 공략했다. 안타 6개와 4사구 2개, 폭투 1개를 묶어 대거 7득점을 올렸다. 11-3으로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5회까지 투구수 94개를 기록한 켈리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사구와 안타를 허용하며 또 다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으나 앞선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송성문을 범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시즌 2번째로 많은 109개의 공을 던진 켈리는 4경기 만에
SK가 넥센을 13-5로 대파하면서 켈리는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2승째. 넥센을 상대로 모두 기록했다. 또한, 넥센전 통산 8경기 5승(2패)으로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적어도 넥센을 만나면 ‘럭키’ 켈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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