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부활하는 야구 기술위원회는 ‘청렴(淸廉)’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7일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제 유지와 함께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 부활을 발표했다.
선동열 감독의 사퇴로 국가대표 운영은 큰 위기를 맞았다. 당장 내년 치러야 할 프리미어12 준비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전무후무한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비난이 쏟아졌다. 병역 특례를 적용받는 국제 종합대회에 팬들이 눈높이에 차지 않는 선수를 선발했다는 이유였다. 더구나 선 감독은 해당 선수를 아시안게임에서 중용하지 않았다.
↑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함께 귀국한 선동열 대표팀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 하지만 정 총재는 국정감사장에서의 전임감독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이 사진 촬영 후 두 달여 만에 선 감독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랬던 KBO는 이사회를 통해 전임감독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핵심은 기술위 부활이다. 선 감독이 가장 비난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고, 사퇴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던 것이 바로 선수 선발이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해 7월 선 감독을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하면서 기술위 제도를 없앴다. 선수 선발은 오롯이 대표팀 감독과 코치들의 권한이 됐다. 감독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선발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선발 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은 그림자로 남게 됐고, 결과적으로 선 감독의 옷을 벗겼다. 전임감독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책임을 물렸고, 이는 최악의 결과로 남게 됐다.
하지만 KBO가 기술위를 없앤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과거 기술위가 존재하던 시절에도 대표팀 선발과 관련한 청탁이 공공연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구성원인 이사회가 KBO의 의결 기구이니, 기술위도 10개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기술위 입장에서도 구단의 끈질긴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병역특례가 걸린 국제종합대회의 경우에는 더욱 심했고, 누가 들어가고 빠지는지, 그리고 왜 선발됐는지에 대한 잡음은 이전에도 분명 있었던 일들이다.
절차적인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기술위의 부활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다. 그러나 누가 기술위원장이 되고, 기술위원이 되는지도 중요하고, 그들이 국가대표를 선발함에 있어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삼는지도 중요하다. 가장 우선은 청렴이다. 한국 야구를 위한다는 마음은 청렴에서 시작해야 된다. 기술위원장이나 기술위원 모두 우선적으로 새겨야 할 가치다. 그러기 위해선 도덕적으로 흠집이 없는 인사가 기술위원장과
KBO는 12월 또는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 기술위 구성을 마치고, 내년 1월 안으로 신임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기술위 구성이 첫 단추다. 흔들리는 한국 야구국가대표팀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앞두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