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치령인 카리브해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코 앞에 닥쳤다. 공공기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했고, 재정난으로 인한 실업난 등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미국 본토를 향해 줄줄이 이주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스 사태 때 그리스인들이 호주나 영국 등으로 이민을 떠나고 재산을 도피시킨 것과 ‘판박이’ 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공공금융공사(PFC) 신용등급을 ‘CC’로 강등했다. 이는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진단이 내려질 경우 부여하는 등급이다.
현재 푸에르토리코는 정부 채무가 720억달러에 달해 자체적으로 빚을 해소할 방안이 없는 상태다.
S&P는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내달 1일 채무 만기일에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현재 신용등급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PFC는 지난 15일 채권 원리금 상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날까지 신탁은행에 이체해야 할 9370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았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고, 미 연방법상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파산선언도 불가능하다. 결국 개별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둘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13일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뉴욕에서 채권단과 첫 협상을 가졌다. 그리스가 국제채권단과 채무조정협상을 벌인 것처럼 푸에르토리코 역시 채권단과 협상 절차에 따라 파국이냐 회생이냐 기로에 선 셈이다.
하지만 채권단도 법률 전문가들을 고용해 채권회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FT는 “채권자들 가운데는 그리스 같은 디폴트 국가를 상대로 전문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공격적인 헤지펀드들도 끼어 있다”고 전했다.
재정난이 심해지자 주민들의 미국 본토 탈출까지 ‘엎친데 덮친격’으로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고율 세금을 피해 미국 본토로 이주하는 주민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공룡부채로 인한 이자 등을 감당하기 위해 최근 취득세를 7%에서 11.5%로 올리며 재정확충에 나섰지만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은 탈출을 선택하고 있다.
높은 실업율도 국민을 몰아내는 한 배경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5월 12.4% 실업률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본토 평균 실업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달 초부터 각급 학교 방학이 시작되면서 이주 행렬이 더 길어졌다.
주요 이주지역은 가까운 플로리다와 여러 인종들이 섞여 있는 뉴욕,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많은 일리노이 주가 꼽힌다. 특히 플로리다주 중부지역은 매달 푸에르토리코에서 1000여 가구가 새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플로리다주에는 38만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자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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