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태국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43km 떨어진 치앙락노이(Chiang Rak Noi) 철도역. 태국과 중국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태국 동북부 국경 지대 농카이(Nong Khai)부터 동남부 산업지대 맙타풋(Map Ta Phut)을 연결하는 870km 복선 철도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앞으로 5년내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사업권을 따냈지만 사업 비용, 차관 금리 등이 최종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착공식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프로젝트 규모 5000억바트(16조7000억원), 차관 금리 2.5%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태국은 4000억바트(13조3600억원), 2%를 고수하고 있어 자칫 건설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이처럼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착공식이 개최된 것은 그만큼 이 프로젝트가 양국에 주는 의미가 각별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야심차게 추진중인 중국은 아세안 진출 교두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태국은 외자를 끌어들여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 ‘아세안(ASEAN) 허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국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태국 입장에서 철도 복선화는 시급한 과제다. 현재 태국내에 깔린 4043km의 철도 중 91%가 단선이어서 철도 물류 확장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자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다소 무리해서라도 착공식이 거행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말 출범한 아세안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AEC)가 아세안 단일 시장·상품기지 건설을 목표로 점진적인 아세안 경제통합에 나섬에 따라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을 십분 활용, ‘아세안 물류 허브’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관련 태국은 탁(Tak), 칸찬나부리(Kanchanaburi), 트랏(Trat), 묵다한(Mukdahan) 등 주요 국경지대에 특별경제구역(SEZ) 조성에 나섰다. 앞으로 활성화될 인접국가와의 인적·물적 교류에 대응하면서 지방도시 개발도 함께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히란야 쑤찌나이 태국투자청장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은 아세안의 중심”이라며 “주변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는 물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아세안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교통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5년 태국 파타니(Pattani)~나라티왓(Narathiwat) 고속도로 공사가 한국 해외건설 1호일 정도로 태국 건설 시장과 인연이 깊은 한국 기업들에게 커다란 인프라 시장이 서는 셈이다. 향후 발주될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와 관련,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총사업비만 2조4000억바트(81조1200억원)에 달하는 태국의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발전계획(2015~2022년)’이다. 이 발전계획에는 농카이~맙타풋 등 철도 복선화, 공항 시설 확충, 국경 도로 연결 등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가 담겨져 있다. 이와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공항 인프라쪽을 노릴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기봉 아세안비즈니스센터장은 “철도 사업의 경우 중국과 일본간 2파전 양상이 뚜렷하고, 도로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태국 건설업체들이 프로젝트 대부분 을 수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비해 세계적 수준의 인천공항을 갖추고 있는 등 공항 인프라건설 측면에서는 한국기업들의 노하우와 경쟁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문 센터장은 “단순히 터미널 등 하드웨어 측면만 아니라 공항 운영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수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간 승객 4500만명 처리 규모를 갖추고 있는 태국 수도 방콕의 대표 국제공항인 수완나품(Suvarnabhumi) 공항은 활주로 신설, 신규 터미널 건설 등 연간 승객 60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시설을 확장할 예정이다. 승객 처리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수완나폼 공항외에도 저가 항공용으로 설계된 방콕 돈무앙(Don Mueang) 공항도 최근 저가 항공사들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시설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통 인프라 발전계획’은 철도쪽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태국의 경우, 자동차 도로 포장률이 98% 정도로 도로 인프라는 잘 구축돼 있는데
[방콕 = 장용승 아시아순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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